▲ 왓슨스 명동2가점의 모습. < GS리테일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드럭스토어 만년 2위 왓슨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GS리테일의 독자운영을 가로막던 장막이 걷히면서 그간의 부진을 날려버릴 기회가 찾아 온 것. GS리테일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왓슨스를 어떻게 환골탈태 시킬지 여부에 주목되지만,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 ‘독주’와 ‘추격’ 사이에 낀 샌드위치

왓슨스가 드럭스토어 만년 2위의 꼬리표를 떼기 위한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달 GS리테일은 왓슨스홀딩스가 보유하던 왓슨스코리아의 지분 50% 인수를 결정했다. 이로써 왓슨스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된 GS리테일은 6월1일까지 흡수합병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GS리테일은 “왓슨스코리아 지분 50%를 추가 인수해 단독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GS리테일 기존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조기 수익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GS리테일은 2005년 출범 이래 12년 간 가로막혀 있던 의사결정 장애물이 사라지게 됐다.

그간 GS리테일은 홍콩 본사를 거쳐야 하는 더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인해 사업에 적잖은 애를 먹어온 게 사실이다. 경쟁업체인 CJ의 올리브영과 롯데 롭스와는 달리 외국계 브랜드인 왓슨스는 국내에서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2017년 3월 현재 왓슨스의 매장 수는 130여개에 머물고 있다. 1년에 10개 매장을 확보하는 데 그친 셈이다. 이는 매년 30개 신규매장을 열어 3년 만에 90개를 확보하면서 GS리테일을 턱 밑까지 추격한 롭스와 비교했을 때 매우 더딘 성장률이다.

업계 1위 올리브영과는 ‘넘사벽’ 수준이다. 790개 매장을 보유한 올리브영과의 격차는 무려 6배 이상 벌어졌다. 단순히 매장 수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니다. 올리브영이 2015년에 3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왓슨스는 61억원의 적자를 봤다. 왓슨스가 남는 장사를 한건 2011년이 유일할 정도다.

◇ 리스크 큰 가맹사업, 슈퍼마켓 시너지 효과도 불투명

왓슨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킨 GS리테일이 유통강자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올리브영의 ‘독주’와 롭스의 ‘추격’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몰린 왓슨스가 내놓을만한 묘수는 마땅찮아 보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의사결정 제약이 사라져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하게 됐다”면서도 “(왓슨스의)경쟁력을 끌어올릴 방법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다소 까다롭던 의사결정 과정이 원활해졌을 뿐, GS리테일 스스로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 바라보는 왓슨스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가맹점 사업 진출과 편의점, 슈퍼마켓 등 기타 사업영역과의 시너지 효과다. 하지만 이마저도 왓슨스의 위태로운 2위 자리를 지켜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여느 사업과 마찬가지로 드럭스토어 역시 프랜차이즈는 양날의 검과 같다. 매장 수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은 쉽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독이 될 수 있다. 가맹매장에는 본사의 운영 방침이 직영매장에 비해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브랜드 이미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드럭스토어는 매장 환경과 직원들의 서비스 등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더욱 크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과는 다르게 드럭스토어는 양적성장이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주로 젊은 층의 왕래가 잦은 목 좋은 자리에서 세련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의 다른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왓슨스가 GS슈퍼마켓에서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통업계의 슈퍼마켓 경쟁 심화로 GS슈퍼마켓이 연달아 문을 닫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점포 20여곳이 폐점됐다.

뿐만이 아니다. 유통공룡 이마트도 최근 ‘부츠’를 런칭, 상반기 드럭스토어 1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어 만년 2위 GS왓슨스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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