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가 1073일 만에 다시 바다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073일. 세월호가 바다 위로 다시 모습을 나타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물론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인양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 많은 변수와 고비가 남아있다. 그리고 또 하나. 세월호 인양과 함께 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던 ‘진실’이다.

▲ 속절없이 침몰한 세월호는 대한민국을 큰 슬픔에 빠뜨렸다. <뉴시스>
◇ 1073일 만에 다시 마주한 ‘슬픔’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참혹한 현실 앞에 섰다. 인천을 떠나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것이다.

여객선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수학여행을 떠나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도 타고 있었다. 뜻밖의 사고 소식에 깜짝 놀랐던 국민들은 ‘전원 구조’ 소식에 이내 안심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소식이었고, 세월호는 온 국민이 멍하니 지켜보는 가운데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탈출하지 못한 단원고 학생 등 300여명의 희생자와 함께.

이후 며칠간은 기적 같은 구조를 기원했다. 구조방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자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얼마 후 희생자 시신이 하나 둘 씩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세월호의 기적은 완전히 사라졌다.

▲ 세월호 참사의 슬픔은 이내 분노로 이어졌다. <뉴시스>
대한민국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깊은 슬픔에 빠졌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하던 모습은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비록 내 가족, 내 친구, 내 자식은 아니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자기 일처럼 무기력함을 느꼈다.

슬픔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세월호의 존재에서부터 출항과 사고, 구조와 수습에 이르는 모든 것이 수상함과 비상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는 단순히 무능에 그치지 않았다. 세월호의 진실을 가리려했던 각종 조작과 은폐가 드러났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또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은 바다 아래 가라앉아 있다.

◇ ‘적폐 청산’의 시대 과제, 세월호 진실 밝히는 것이 핵심

▲ 지난해 9월 열린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 당시 증인이 모두 불참해 텅 빈 모습. <뉴시스>
우리가 반드시 밝혀야할 세월호의 진실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세월호 침몰의 진실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불법적이고 무리한 개조와 과적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세월호의 항로와 생존자 증언, 희생자들이 남긴 영상 등을 살펴보면 단순 사고로 보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고의침몰 등 각종 의혹과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고, 이 중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 내용도 있었다. 명명백백하게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

두 번째는 세월호 구조의 진실이다. 세월호 구조과정은 침몰 이상으로 수상한 점투성이다. 구조를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에 가까웠다. 그러면서도 선장과 선원들은 가장 먼저 구조했고, 진실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항해장비도 구조선으로 옮겼다. 승객 수백 명의 목숨과 맞바꾼 이상한 구조였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세월호 구조와 관련해서는 또 하나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이 지나서야 모습을 나타냈고 “구명조끼”를 운운하며 상황파악이 전혀 안 된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해 세간에서는 각종 의혹과 루머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국면에서도 7시간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 세월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의 핵심 당사자 중 한 명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됐다.
마지막은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와 세력이다. 사고 이후 정부가 거짓 해명을 하고, 세월호의 항로, 통신내역 등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진상규명을 위해 설치됐던 특별조사위원회도 방해 세력으로 인해 완전히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비로소 물 위로 올라왔다. 더디게 진행된 인양 시기와 방식은 물론, 세월호에 140개가 넘는 구멍이 뚫린 점 등을 놓고 증거인멸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의 침몰로 드러난 것은 우리사회의 적폐였다. 그리고 세월호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곧 적폐 청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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