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전자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발표를 또 연기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이슈와 주주들의 호응,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법 등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이 적기다. 하지만 여러 요소를 검토하면 쉽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왜 하나?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직결된다. 현재 이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은 18.47%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하고, 신주 발행 및 주식교환과정을 거치면 잠자고 있던 자사주 12.7%(36조원)의 의결권이 되살아나게 된다. 소위 자사주 마법인 셈이다.

물론 회사자금을 이용해 오너의 경영권 강화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주주 입장에선 주가만 오른다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기도 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난해 '주주가치 증대방안'의 일환으로 지주사 전환 등을 삼성전자에 제안했고, 삼성전자는 한 달 뒤 "(지주사 전환은) 다각도로 검토가 필요해 최소 6개월은 소요될 것"이라는 대답과 함께 주주권익 증대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난해 말부터 지주사 전환 규제와 관련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 강제처분'을 비롯해 '인적분할 시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과 의결권 규제' 등 다양한 법안들이 올라와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에 좀 더 발 빠른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 수감재판 중인 이재용 부회장 부담도 있을 듯

하지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선 실행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 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구속과 더불어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경우 100%에 달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복잡한 지분구조를 해결해야 하는데,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또 다른 난관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55%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현행 금산분리법 상 금융계열사는 비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삼성생명의 경우 금산분리의 시행 전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소유했기에 규제받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인적분할 시 정리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지분가치가 수조원에 달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처분하긴 힘들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현재 구속재판을 받는 상황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직 혐의에 불과하지만,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측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선 삼성그룹을 장악한 이 부회장의 상속세가 재차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아버지로부터 60억원 받아서 16억원 내고, 8조의 재산을 일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건으로 불법 재산증식을 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섣부른 지주사 전환이 이 부회장에 대한 여론을 더 악화시킨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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