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지난 22일 입고식 기자간담회에서 밝게 웃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난세의 영웅’이란 말이 있다. 힘든 시기에 나타나 위기를 극복하고, 치세를 가져오는 인물을 말한다. 동국제강에도 그런 인물이 있다. 여러 위기를 넘어 숙원 사업을 이룬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다.

◇ 5전6기 꿈 실현한 동국제강

지난 22일, 동국제강 당진 공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날은 동국제강이 합작 설립한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생산된 슬래브가 당진공장에 처음 입고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동국제강의 63년 꿈이 마침내 눈앞에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1954년 설립된 동국제강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고로 제철소 확보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1962년 첫 도전은 사업이 확대되며 포스코 설립으로 이어졌고, 1978년 인천제철 민영화 때에는 고(故)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에 밀려나고 말았다. 같은 해 추진된 정부의 제2제철소 건설 사업도 포스코에 내줘야했다.

이후에도 동국제강의 꿈은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다. 2세 경영인이었던 고(故) 장상태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려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까지 향했으나, 정치적 환경이 급변하며 사업이 백지화됐다. 1998년에는 포스코와 함께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고, 한보철강은 결국 현대제철이 품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사업을 추진했던 장세주 회장은 선대의 유지를 이어받아 이번엔 브라질로 향했다. 브라질에는 제철소 유치를 강력하게 원하던 세아라 주가 있었다. 동국제강은 2005년 세아라 주와 MOU를 체결하고 5전6기 도전에 나섰다.

동국제강의 도전은 결국 성공했다. MOU 체결 11년 만인 지난해 6월, CSP제철소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어 브라질에서 생산된 슬래브를 당진공장에 입고하며 ‘고로 제철소’의 꿈을 실현했다.

▲ 지난해 브라질 CSP제철소 화입식에서 용광로에 불씨를 넣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 위기에 나타난 ‘장세욱 리더십’

마침내 꿈을 이룬 마지막 도전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꿈이 실현되기 직전까지 숱한 위기와 우여곡절이 계속됐다. 그러나 ‘난세의 영웅’이 등장하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동국제강은 철강업계에 드리운 불황과 수익성악화로 2014년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았다. 이에 산업은행 등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장인 장세주 회장이 횡령·배임·도박 등의 혐의에 휩싸였고 2015년 6월 구속됐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 등장한 것이 장세욱 부회장이다. 그는 형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동국제강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동요할 수 있는 내부분위기를 잘 추스르며 특유의 ‘소통 리더십’을 발휘했다. 덕분에 동국제강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2년 만에 조기졸업하며 제 궤도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1,1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동국제강이다.

우여곡절은 브라질에서도 있었다. CSP제철소는 당초 2015년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동국제강은 공식적으로 연기를 발표했다. 이는 동국제강의 당시 여러 상황과 얽히며 여러 추측을 낳기도 했다.

여기에 브라질의 정치 상황까지 급변했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회계 장부 조작 등 비리스캔들로 탄핵된 것이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장세주 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동국제강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브라질의 정치적 상황이 CSP제철소 가동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장세욱 회장은 조급함을 보이지 않고, 자신감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CSP제철소는 별다른 문제없이 가동을 시작했고, 슬래브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까지 성공했다.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과 숙원사업이자 미래가 걸린 CSP제철소의 성공적 마무리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장세욱 부회장은 입고식 기념사를 통해 “펭귄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데 먹이를 먹기 위해서는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 동기를 부여하고, 생존을 개척하는 주인공이 퍼스트 펭귄”이라며 “브라질 제철소를 지은 동국제강이야말로 퍼스트 펭귄이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난세의 영웅’ 장세욱 부회장의 앞으로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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