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데이코의 신규 럭셔리 빌트인 라인업 공개 행사에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삼성전자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빌트인 가전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현지 업체 데이코의 인수에 승리한 삼성전자와, 자체브랜드로 확장을 꾀하는 LG전자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빌트인 가전시장의 규모는 전체의 15%인 42억 달러(약 4조7,000억원) 가량이다. 규모도 크지만, 냉장고를 비롯해 세탁기, TV 등 패키지를 B2B로 납품하는 방식 덕분에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분야는 현지 토종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시장진입이 쉽진 않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자체 브랜드 ‘셰프 컬렉션 빌트인’을 출시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인수한 미 현지업체 ‘데이코’를 통해 이달 초 신규 라인업 ‘모더니스트 콜렉션’을 출시한 상태다.

이른바 투 트랙 전략으로, 데이코의 현지 브랜드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데이코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351억원에 달한다는 것. 적자기업을 1억 달러(1,094억원)에 인수한 가치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데이코가 미국 빌트인 가전시장서 50년 이상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됐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빌트인 시장 진입의 필수요소는 현지 건설업계와의 관계인데, 데이코가 이를 채워줄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데이코 인수전엔 LG전자도 참여했지만 삼성전자가 결국 확보했다”며 “양사 모두 현지화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LG전자 프리미엄 빌트인 'LG 스튜디오' 모습.< LG전자 제공>

반면 LG전자의 경우 자사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2013년 ‘LG 스튜디오’에 이어 올해엔 작년 공개한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LG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데이코 인수에 실패를 머금고 독자 브랜드로 시장진출에 힘을 쏟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과는 나쁘지 않다. LG전자에 따르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올해 미국 주택건설협회(NAHB)의 공식 파트너로서 75주년 마케팅에 함께 참여한다.

또 미국 최대 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인 ‘ASID’와도 협업을 추진 중이다. 28일 기준으론 미국 내 30여개의 ‘퍼시픽 세일즈’ 매장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판매 중이며, 체험관도 마련했다.

현지 업체를 배경삼은 삼성전자와, 느리지만 자체 브랜드로 걷는 LG전자 간의 대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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