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매서운 칼을 꺼내든 가운데, GS그룹이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점검 대상 계열사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칼을 꺼내든 가운데, GS그룹에 비상등이 켜졌다. 10대 그룹 중 점검대상 계열사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근 45개 그룹, 225개 기업에 실태점검표를 발송하고,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행위’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2012년부터 5년간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확인한다. 실태 점검을 통해 법 위반 정황이 포착되면 곧장 직권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갈수록 교묘해지는 여러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오너일가의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기준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기업들이 등장하는 등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오너일가 지분 기준을 20%로 낮추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 ‘일감 몰아주기’ 점검 대상 계열사, GS그룹은 ‘21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도입 3년차를 맞은 공정위가 이처럼 단호한 점검 의지를 밝힌 가운데, 가장 긴장감이 맴도는 곳은 GS그룹이다.

GS그룹은 이번 점검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가 10대 그룹 중 가장 많다. 무려 21개 계열사가 실태점검표를 작성해야 한다. 삼성그룹 3개, 현대차그룹 12개, SK그룹 3개, 롯데그룹 7개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단순히 숫자 뿐 아니다. 점검 대상에 포함된 GS그룹 계열사 중엔 오너일가 3·4세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헌개발을 꼽을 수 있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곳인데, 오너일가 4세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와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허준홍 GS칼텍스 전무가 지분을 1/3씩 나눠 갖고 있다. 그런데 GS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이 전체의 99%에 달한다. 일감 몰아주기의 정석과도 같다.

일감 몰아주기 적용 기준 확대 움직임도 GS그룹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GS건설이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GS건설은 그룹 내 비중이 클 뿐 아니라, 건설업 특성상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 노출될 소지도 많다.

GS그룹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우리 사회는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됐고, 최고 재벌기업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됐다. 정치적 개혁 못지않게 개별 개혁도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및 점검 움직임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GS그룹 역시 이러한 개혁 요구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곳이다. GS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가장 많은 계열사가 참여했다. 또한 ‘모금책’ 역할을 한 전경련 회장이 허창수 GS그룹 회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GS그룹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퇴출’ 본보기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재벌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며 “특히 삼성그룹의 승계 관련 문제가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다른 재벌그룹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