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앤틱 '포켓몬고'가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났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포켓몬고가 국내 상륙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국내선 다소 생소했던 ‘위치기반 AR(증강현실)게임’의 깜짝 성과는 국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와 더불어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들도 하나 둘 포착된다.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제도적 한계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포켓노믹스’가 불러온 국내경기 훈풍

포켓몬고는 현실에 디지털 콘텐츠를 중첩한 위치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개발사 나이언틱은 올해 1월 24일 포켓몬고를 한국에 전격 출시하고, 조기의 성과를 이룩하는데 성공했다. 장르 자체는 생소하지만, 만화 ‘포켓몬’이라는 친근한 IP가 유저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출시 후 두 달. 한국 사회에서 포켓몬고는 단순 게임을 넘어, 막강한 사회·문화적 파급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포켓몬고의 인기는 국내산업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이른바 ‘포켓노믹스’라 불리는 경제적 파급력은 유통, 뷰티, 외식 등 국내경기 전반으로 확대됐다.

세븐일레븐과 롯데리아는 지난달 나이언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유저 모시기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포켓몬고 게임으로 배터리 소모가 많아짐에 따라 보조배터리 판매와 급속 충전서비스를 확대했다. 포켓몬 도시락을 출시하는 등 게임유저를 편의점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적극 나섰다. 롯데리아도 오프라인 매장 자체를 포켓스톱이나 체육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포켓몬고 공식 파트너사로 나선 후 수도권은 7%, 지방에 위치한 매장은 10%까지도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며 “매장에 들어와 끼니를 해결하며 편하게 포켓몬을 잡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지방은 포켓스탑 자체가 적다보니 일부러 매장을 찾아와 포켓볼을 충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 관련 제도 ‘미비’… 장기성장 숙제

▲ SK텔레콤이 21일부터 포켓몬고 공동 마케팅을 실시했다.<뉴시스>
포켓몬고 신드롬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위치기반 AR게임으로는 국내 첫 흥행사례인 만큼,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제도적 미비점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21일 나이앤틱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 마케팅을 실시하기로 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자사 고객이 포켓몬고를 실행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비용을 무료로 제공하는 부분이다. 이른바 ‘제로레이팅’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망중립성’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는 인터넷망을 통해 사업하는 모든 기업이나 이용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어떤 차별도 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관련당국이 행정지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업체들에 망중립성 의무를 부과해왔다. 그러나 의무를 강제하는 법적 규제는 전무하다. 망 중립성 위반 여부도 케이스마다 판단이 달라질 우려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망 중립성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고, 문제가 불거진다면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심사를 할 순 있다”며 “전기통신사업법 50조 금지행위에 기반해 사후 조치를 할 순 있으나, 현재의 가이드라인 자체만으로는 법적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위치 조작 앱 문제도 또 하나의 숙제로 떠오른다. GPS를 조작해 앉은 자리에서 포켓몬을 잡는 앱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개발사 나이앤틱은 게임약관 이외에 별 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이용자와의 직접적 소통창구도 열어놓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허탈함을 토로하면서 포켓몬고 인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앱 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12일 포켓몬고 이용자는 345만명으로 집계됐다. 출시 초기인 1월 최고 주간 이용자 수 698만명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증강현실 시대에 발 맞춘 제도의 시급한 정비가 장기 성장의 ‘키’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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