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누구' 발전 연혁.< SK텔레콤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의 진화를 시도한다. 11번가와 연동해 음성인식 쇼핑을 제공한다는 것. 국내 AI업계에선 최초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아마존이 이미 걸어간 행보의 답습에 불과하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낳는다.

SK텔레콤은 30일 AI 스피커 ‘누구’에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쇼핑기능부터 프로야구 경기알람, 오늘의 운세 등이 포함됐다.

그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11번가와 제휴를 통한 쇼핑기능이다. ‘누구’의 사용자는 11번가 계정과 결제정보를 설정해두면, 말 한마디로 11번가가 추천하는 상품과 도서를 구매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최초라는 점과 더불어 AI 사업의 수익이 확장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SK텔레콤의 AI전략이 미국 아마존의 발자국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나온다.

지난해 출시된 SK텔레콤의 AI스피커 ‘누구’는 사용자의 음성을 명령어로 인식, 반응하는 기기다. 출시 초기 ▲멜론 ▲스마트홈 ▲일정·날씨 ▲폰찾기 기능 등으로 시작했고, 추후 ▲팟캐스트 ▲라디오 ▲위키검색 ▲구연동화 ▲길안내 등을 추가했다.

▲ 아마존 알렉사의 추가기능들.<아마존 홈페이지>
그러나 아마존의 AI스피커 에코가 출시된 시점은 2014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존의 AI시스템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에코는 ▲지역날씨정보 제공 ▲라디오 및 아마존 음악 재생 ▲스마트홈 ▲쇼핑 ▲음식주문 ▲E북 연동을 통한 구연동화 ▲일정관리 ▲위키검색 ▲뉴스제공 ▲우버택시 호출 등 다양한 기능을 이미 제공 중이다.

또 아마존은 알렉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도구(SDK)를 공개해 다양한 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 중이다. 현재 이 사업자들이 제공 중인 추가 기능(SKILL)은 9,500여개에 달한다.

물론 AI서비스 형태가 비슷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실 AI의 한계점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중들에게 인공지능은 기계가 사람의 언어와 그 속에 담긴 감정까지 이해하고, 감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현재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박구용 SK텔레콤 미래기술원 랩장은 “현실 AI는 특정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 감정표현까지 가능한 AI를 주창하는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아마존 제품과 또 다른 유사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아마존의 그림자를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SK텔레콤이 출시한 ‘스마트 버튼 꾹’은 누르기만 하면 지정해둔 생필품이 결제·배송되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2015년부터 ‘대쉬’라는 명칭의 기기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의 AI는 태동기로, 생태계 확산을 통해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면서도 “오늘 상용화 한 알림기능은 (글로벌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AI가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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