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4월 1일자로 6개 회사로 분할된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거북선’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조선강자로 등극했던 현대중공업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는다. 불황 등 여러 환경적 악재를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분사’라는 특단의 변화에 나선 것이다.

◇ 6개로 나뉘는 현대중공업, 경쟁력·효율성 확보한다

현대중공업은 한때 ‘세계 1위 조선강국’이란 타이틀이 붙었던 우리나라 조선업계에서 ‘맏형’ 역할을 든든히 해왔다. 다만, 배만 만든 것은 아니었다. 조선업이 주력이자 핵심이긴 했지만, 다른 사업부문도 많았다. 건설장비도 만들었고, 미래성장동력을 위해 로봇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현대중공업은 이제 없다. 오는 4월 1일, 현대중공업은 6개의 회사로 공식 분할된다. 지난 2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킨데 따른 것이다. 그린에너지 및 서비스 사업부문은 앞서 지난해 12월 별도의 법인 설립을 마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결정은 각 사업부문별로 더 나은 경쟁력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동안은 전혀 다른 사업부문들이 현대중공업이란 한 울타리 안에 있다 보니 시너지보단 단점이 컸다. 특히 조선사업이 아닌 다른 부문은 과감하고 발 빠른 의사결정을 하기도, 성과에 따른 빛을 보기도 어려웠다.

분사 이후 현대중공업은 몸집이 한층 슬림해진다. 부채비율도 뚝 떨어져 재무적으로 건강을 회복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밑거름 삼아 친환경 고효율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2021년까지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건설장비 부문의 현대건설기계와 전기전자 부문의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은 독자적이고 과감한 경영을 앞세워 도약에 나선다. 특히 새로운 사업 및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 두 회사는 2021년까지 매출 5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보단 미래가 더 기대되는 로봇 부문의 현대로보틱스도 전문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 노조 반발은 숙제… 과감한 결단 귀감으로 남을지 ‘주목’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결정은 무척이나 과감한 결단이다. 변화는 적잖은 시행착오와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는 순간 도태되기 십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중공업의 행보가 순항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계에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

물론 아직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가장 큰 산은 노조의 반발이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분사를 추진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분사가 ‘노조 힘빼기’ 의도라고 주장하며 ‘4사 1노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분사 추진이 경영승계를 위한 포석이란 지적도 풀어야할 숙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순탄하던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은 현대중공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그리고 이 위기는 현대중공업의 대대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에 성공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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