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니지' IP를 활용한 3개의 모바일게임.<각 사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게임시장의 최대 화두는 ‘IP(지적재산권)의 부활’이다. 원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탄생한 ‘후속작’ 열풍은 올해도 게임시장을 뒤흔들 전망이다. 그러나 하나의 IP가 너무 자주 활용되는 것은 게임업계 자생력을 저해한다는 우려 또한 업계 전반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 어디서 들어본 그 게임… 입소문 효과 ‘탁월’

최근 게임업계에 부는 ‘복고’ 열풍이 20대 이상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회사의 부흥을 이끈 과거의 대표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유명 고전 콘텐츠가 모바일·콘솔 등 신규 플랫폼으로 넘어온 사례가 다수 눈에 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30일 발표한 ‘2016 구글플레이 게임 총결산’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출시된 IP활용 게임은 30종이다. 전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다만 전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2%에 불과하다.

수익성 부문에선 이미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IP 기반 게임의 매출 규모는 총 4,300억원으로 전체 21%의 비중을 차지했다. IP 활용 게임의 개당 매출은 143억원에 달한다. IP를 활용하지 않은 게임 하나의 매출이 1억2,000만원인데 비해, 약 119배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명 IP의 경우 이미 대중들로부터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고, ‘입소문’을 타고 번지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며 “IP를 보유한 업체는 다시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사업을 펼칠 수도 있어 새 수익모델로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추세는 모바일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PC게임에 비해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대중성이 높은 인기 IP는 매력적인 ‘흥행 보증수표’다. 원작 팬들이 게임 내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점도 성공에 확신을 실어준다.

◇ 원작 ‘명성’에만 의존… 차별화 ‘관건’

IP활용은 원작의 ‘명성’에 기대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충성도 높은 기존 사용자층을 이끌 최적이 수단은 바로 원작의 ‘후속작’이란 타이틀이다. 그러나 IP 차용에만 의존해 게임성을 놓칠 경우 오히려 이름값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다.

넥슨지티가 작년 여름 출시한 야심작 ‘서든어택2’는 출시 85일 만에 서비스 종료됐다. 인기 FPS 게임 ‘서든어택’ 후속작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자체적인 콘텐츠 질이 높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엑스엘게임즈는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는 문명 IP를 가지고도 국내 유저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해 서비스 중단이란 굴욕을 맛봐야 했다.

업계서는 무작정 라인업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하나의 IP가 너무 자주 사용될 경우 오히려 원작 IP의 희소성과 가치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1998년 출시한 PC 원작 ‘리니지’는 지난 4개월 동안 2종의 모바일게임이 출시됐고 1종이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임유저가 한정된 상황에서 같은 IP의 작품이 중복해 쏟아지면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를 가져와도 원작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잘 유지하면서 게임과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며 “IP에 너무 관심이 집중될 경우 게임 내 다양한 기능들이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을 수 있는 등 단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은 깔기 쉬운 만큼 지우기는 더 쉽다. 초반 호기심 유발에 성공하더라도 장기흥행을 위해선 유저의 ‘옥석가리기’를 피할 수 없다. 인기 I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콘텐츠 차별화와 신생 IP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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