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 박창민 사장. <대우건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출항 반년을 넘은 대우건설 박창민호가 순항하고 있다. 출항 전부터 불어 닥친 거친 파도가 어느새 잠잠해지면서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이다. 남은 2년간의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에 세간의 이목이 몰리고 있다.

◇ ‘낙하산에 회계 논란까지’… 순탄치 않았던 7개월

시작은 순탄치 못했다. 지난해 7월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낸 박창민 후보가 대우건설 차기대표로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돌자 노조는 거세게 항의했다. 노조는 박 후보가 정치권과 두터운 인맥을 가진 인물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를 낙하산으로 규정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치권의 외압을 받아 박 후보를 사장 자리에 앉히려 한다는 것이었다.

박 후보의 출신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내부출신이 CEO에 중용된다는 대우건설의 ‘전통’은 현대맨인 박 후보에게는 큰 장벽이었다. 노조는 현대맨인 박 후보가 대우건설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기업문화를 공유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해외시장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도 박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노조는 주로 국내에서 주택사업에만 주력해온 박 후보가 해외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하는 대우건설의 수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장 지원 자격에 ‘해외건설에 대한 경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한 달 가까이 지속된 노조의 저항은 대세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열린 임시 주총에서 박 후보는 앞으로 3년간 시평 4위의 거함 대우건설을 이끌 새 선장으로 추대됐다. 취임사에서 박 신임사장은 “미래 지향적인 체질 개선으로 대우건설의 1등 DNA를 되살려 세계적 건설사로 발돋움 하겠다”고 말했다.

어느덧 해를 넘겨 취임 7개월 차를 맞은 현재, 박 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킨 모양새다. 올해 초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실회계 이슈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으면서 순항하고 있다.

닻을 올린 박창민호는 출항 2달 만에 대형 암초를 만났다. 그해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의견거절’ 의사를 밝혔다. 의견거절이란 재무제표를 검증하기 어렵거나 기업의 존립이 어렵다고 판단할 때 내려지는 것으로 해당 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 추락을 낳는다.

◇ 신의 한수된 ‘빅배스’… 조직개편에 해외수주도

분식회계 의혹까지 일자 박 사장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현장에서 장장 3개월에 걸친 대규모 회계실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듬 분기에 해외건설 잠재손실까지 모두 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영업손실 4,672억원, 당기순이익 7,5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규모 손실에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잠재손실을 털어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대내외 신뢰도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안팎에서 나왔다. 올해 초에는 지정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적정’을 회복했다.

박 사장은 회계 논란을 수습하는 와중에도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지난해 연말 기존 14개 본부·118팀이던 조직규모를 11개 본부·101팀으로 통폐합시켰다. 이는 향후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됐다. 동시에 해외사업 조직을 국내 사업과 분리시켜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된 해외사업에 공을 들였다.

이러한 박 사장의 노력은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 쾌거를 낳았다. 지난 2월 대우건설은 2022년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에서 7,000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공사를 단독으로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월드컵 준비를 위해 추가 발주가 예상되는 카타르에서 또 다른 수주 낭보를 전해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박 사장은 올해 해외 수주에 주력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지난 28일 열린 주총에서 “올해는 리스크 관리체계를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적으로 수주할 것”이라며 “베트남 신도시개발사업과 같은 양질의 투자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회계감사에서의 의견거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딛고 1등 DNA를 되살리기 위한 힘찬 순항을 시작한 대우건설 박창민호에 건설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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