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50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뉴 롯데 램프’를 점등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롯데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며 ‘뉴 롯데’를 천명했다. 최근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딛고, 더 나은 50년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지천명’ 맞은 롯데그룹… 대대적인 기념

롯데그룹은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롯데그룹이 그룹 차원의 창립기념식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엔 신동빈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 국내외 임직원 등 800여명이 참석해 롯데그룹의 지난 5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재도약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50주년에 걸 맞는 또 다른 경사도 있다. 롯데그룹은 3일 롯데월드타워의 개장식도 가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이자, 롯데그룹이 오랜 기간 많은 공을 들인 사업이다. 지난 2일엔 화려한 불꽃축제로 이를 자축하기도 했다. 아울러 첫 사사인 ‘롯데 50년사’를 신동빈 회장에게 전달하고, 50주년 기념 엠블럼을 발표하는 등 창립 50주년을 맞아 많은 준비를 한 롯데그룹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창립 기념시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이는 단순히 ‘기념행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롯데그룹은 진중한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을 마련했다. 지금까지의 50년을 기념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나선 것이다.

◇ ‘숫자’ 지운 새 비전

롯데그룹은 비공개로 진행된 50주년 기념식에 앞서 황각규 사장과 임병연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단감회를 갖고, 새롭게 마련한 비전과 경영방침을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 최근 롯데그룹을 향한 많은 관심을 반영했다. 취재진을 맞는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성공리에 마무리된 불꽃축제 행사와 3일 오후 열릴 창립기념식 및 롯데월드타워 개장식 등으로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 창립기념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황각규 사장은 “최근 2년여의 우여곡절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좀 더 좋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고 밝혔다. <뉴시스>
황각규 사장은 먼저 “롯데그룹이 이렇게 50주년을 맞은 것은 많은 고객 및 국민 여러분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깊은 성찰을 통해 기업의 목표가 단지 매출성장이나 이익확대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롯데그룹의 사회적 책임도 통감했다”며 “이를 계기로 롯데그룹은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질적 성장을 강조한 바 있으며, 이후 내부적으로 ‘뉴 롯데’로 거듭날 수 있는 성장방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발표한 새 비전은 ‘Lifetime Value Creator’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롯데그룹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명료하게 전달됐다. 샌드아트로 꾸며진 이 영상은 한 소녀가 태어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표현한다.

어린시절엔 롯데제과의 과자와 롯데리아의 햄버거를 먹고, 결혼을 해 롯데건설이 지은 아파트에 살며, 아이들과 함께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롯데월드에서 추억을 만들고, 중년에 들어서는 롯데관광을 통해 관광을 하는 식이다.

롯데그룹은 이처럼 모든 세대의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는 기존의 비전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 롯데그룹은 2008년 ‘Asia Top 10 Global Group’이란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10대 그룹에 오르겠다는, 실적과 순위에 기반을 둔 ‘숫자적’ 목표였다. 반면, 롯데그룹의 이번 새 비전은 숫자 대신 가치를 추구한다. 신동빈 회장이 말한 ‘질적 성장’이 구체적 비전으로 구현된 것이다.

▲ 신동빈 회장(왼쪽부터 네번째)이 파트너사, 신입사원, 노조 관계자, 외국인 임직원, 여성임원, 사외 이사 등과 함께 비전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임병연 부사장은 “이전에는 실적과 순위 등 목표가 숫자에 맞춰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숫자적 목표를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비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새 비전을 이루기 위해 네 가지 경영방침도 새로 정했다. 투명 경영, 핵심역량 강화, 가치 경영, 현장 경영 등이 그것이다.

사실 50주년을 맞는 롯데그룹은 안팎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다. 역대 가장 큰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기에 창립 50주년을 맞는 것은, 환골탈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황각규 사장은 “성장하면서 우여곡절이 없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최근 2년여의 우여곡절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좀 더 좋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며 “여러 어려운 점이 있지만,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5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오늘은 롯데가 반세기만에 새롭게 태어나는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새로운 변화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롯데인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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