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근당홀딩스 이병건 대표, JW중외제약 신영섭 대표, 한미약품 임종훈 사내이사, 녹십자홀딩스 허용준 대표, 녹십자 허은철 대표.<각 사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제약사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됐다. 올해 제약업계 주총은 어느 때보다 인사태풍이 강하게 몰아쳤다. 이번 주총 안건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내부역량 강화’와 ‘젊은 피 수혈’로 압축된다. 사령탑의 ‘새 키’를 잡은 선장들과 신규 사업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 분야 전문가 영입… 내부역량으로 ‘정면돌파’

국내 제약사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슈퍼위크’로 불렸던 지난달 17일과 24일,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정기주총을 열었다. 연임 안건이 주류를 이뤘던 작년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장교체’다.

새 인물의 등장은 지난해 회사의 경영 현주소를 진단해볼 수 있는 가장 단적인 변화이자,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다. 약가 인하와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 등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제약업계는 일제히 ‘위기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내부역량 강화를 통한 정면돌파 전략이 눈에 띈다.

제약사는 외부 인재 모시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눈에 띄는 곳은 종근당홀딩스다. 녹십자 대표이사를 지낸 이병건 씨가 최근 종근당홀딩스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이 신임 대표는 2014년부터 3년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녹십자 신약개발을 담당하며 백신·혈액제재 등 주력품목의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자리를 옮긴 종근당에서도 R&D를 총괄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현재 혁신신약 ‘CKD-516’과 표적항암제 ‘CKD-581’ 임상에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의 지난해 R&D 비용은 1,022억원으로 매출 대비 12.28%를 차지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달 17일 정기주주총회 후 이사회를 열고 신영섭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오너3세인 이경하 회장 대신 영업·마케팅 30년 경력의 신영섭 부사장을 택하며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시대를 알렸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대표이사 변경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며 “지난해 전환상환우선주 발행으로 재무안정성이 확보됨에 따라 R&D 역량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야 전문가를 전진 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젊은 사장님 등장… ‘경영 시험대’ 올라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세대교체’다. 주요 경영진에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의 젊은 피가 수혈됐다. 주로 경영수업을 마친 젊은 오너 2·3세가 경영전면에 등장하면서 차기 오너들의 ‘경영능력 시험대’가 본격적으로 마련됐다.

주총 첫 번째 주자로 나선 한미약품은 오너일가 경영권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0일 열린 주총에서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차남 임종훈 전무가 입사 10년 만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장남이자 친형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함께 ‘형제경영’에 돌입한 셈이다.

업계서는 작년 늑장공시와 기술수출 계약해지 여파로 몸살을 앓은 한미약품이 대대적 체질개선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신뢰회복을 통한 재도약 발판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두 형제의 지분율은 3%대로 비슷하다. 경영 승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장·차남의 투트랙 전략이 회사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너3세의 ‘형제경영’이 시작된 또 다른 곳은 녹십자다. 녹십자홀딩스는 최근 공동 대표이사였던 이병건 사장이 사퇴했다. 이에 지난달 24일 오너3세 허용준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숙부인 허일섭 회장과는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한다. 주력 사업회사인 녹십자는 이미 친형인 허은철 사장이 지난해부터 단독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떠나고 오너일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특히 형제경영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노릴 수 있다”며 “서로를 향한 경영권 다툼과 잡음을 피하는 것은 숙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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