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해외 건설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전통의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잇따라 낭보를 전해오면서 첫 두 달의 부진을 상당부분 털어낸 모양새다. 지난 3월에만 65억달러를 해외에서 벌어들인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1분기 성적을 원년 수준에서 마감한 것이다.

◇ 하락률 63%에서 턱 밑까지 추격

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계약액은 94억달러로 집계됐다. 비록 3달 동안 112억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턱 밑까지 따라잡은 모습이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해외에서 ‘죽을 쑤던’ 건설이었다. 3월 첫 주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30억달러를 채 넘지 못했다. 수주 하락률은 무려 63%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올해 역시 총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 섞인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관론이 고개를 들 때 쯤 반전이 시작됐다. 일주일 뒤,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단비가 쏟아졌다. 5일여 만에 초대형 프로젝트 3건을 따냈다. 시작은 업계 맏형 현대건설이 끊었다. 지난달 12일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이란에서 32억8,700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시설인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공사는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란 현지에서 시평 5위의 대림산업이 기세를 이어갔다. 하루 뒤인 13일, SK건설과 함께 20달러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공사’를 수주했다. 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은 계속해서 환상의 콤비를 자랑했다. 16일에는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세계 최장 현수교가 될 ‘차나칼레 1915교’사업 계약서에 서명했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에 버금가는 규모(29억달러)인 이 공사는 터키가 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한 사업이다. 주탑 사이의 거리를 2,023m로 정했는데, 오는 2023년이 ‘터키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이 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주년 되는 해를 기념한 것이다. 또한 주탑 높이는 대그리스 승전 기념일인 3월18일을 상징하는 318m로 설계됐다.

다만 아직 차나칼레 수주건은 해외건설협회에 정식 등록되지는 않았다. 보통 해외수주는 본계약 체결 후 15일안에 해외건설협회에 등록돼 외부에 공시되지만, 차나칼레와 같은 투자개발형사업의 경우 지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본래 절차대로 협회 측에 접수를 마쳤다면, 이달 3일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체결한 공사 계약금은 120억달러를 돌파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초반 부진을 딛고 해외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건설업계에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건 아니다. 중동 발 수주 규모를 판가름 할 변수 가운데 하나인 유가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난 2월 배럴당 가격이 54.50달러까지 치솟던 두바이유는 3월 말부터 50달러 선으로 내려앉으면서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가 힘을 잃는 모양새다.

여기에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세계 에너지 시장에 미국의 셰일 오일이 대량 유입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중동 쪽 시장 상황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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