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임에 성공한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이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쌍용차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5년은 쌍용자동차의 변화가 시작된 해다.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은 티볼리가 2015년 1월 본격 출시됐다. 이어 3월에는 쌍용차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영업부문장으로 있던 최종식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감각적이고 효율적인 디자인과 부담 없는 가격의 ‘신차’ 티볼리.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현대자동차와 중국 화태자동차를 거치며 40년 넘게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최종식 사장. 둘의 조합은 쌍용차를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서 탈출시켰다.

티볼리는 초반부터 매서운 기세로 돌풍을 일으키더니, 어느덧 소형 SUV 부문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출시 첫해에만 내수·수출 포함 6만3,693대를 판매하더니, 지난해에는 8만5,821대의 실적을 남겼다.

영업, 마케팅, 기획 등은 물론 해외시장 경험도 풍부한 최종식 사장은 티볼리의 승승장구를 진두지휘했다. 일찌감치 해외시장 문을 두드렸고, 디젤 모델과 티볼리 에어를 연이어 출시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여기에 협력적 노사관계까지 정착시키며 별다른 생산차질도 빚지 않았다.

그 결과 쌍용차는 마침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말부터 분기 흑자를 실현하더니, 지난해 9년 만에 연간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몰락했던 쌍용차가 다시 봄을 맞는 데에는 이처럼 티볼리와 최종식 사장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 티볼리 이은 G4 렉스턴 성공으로 SUV 명가 부활시킬까

이러한 성과는 최종식 사장의 연임으로 이어졌다. 최종식 사장은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재선임이 확정됐다. 임기는 3년이다.

당연한 선택이다. 최종식 사장이 보여준 행보와 성과는 ‘대체 불가’였다. 특히 티볼리의 성공으로 제 궤도를 찾은 상태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끌 인물은 최종식 사장뿐이었다.

하지만 최종식 사장의 앞길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다. ‘시즌 2’를 맞아 더욱 만만치 않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 지난달 30일 2017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G4 렉스턴은 최종식 사장의 두 번째 임기 성공 여부를 가를 척도다. <시사위크>
가장 중요한 것은 티볼리 다음 주자의 등장이다. 쌍용차는 최근 G4 렉스턴을 전격 출시했다. 같은 SUV지만, 티볼리와는 전혀 다른 세그먼트의 모델이다. 쌍용차는 프리미엄 대형 SUV를 티볼리 다음 주자로 내놓았다.

쌍용차 입장에서 G4 렉스턴의 성공여부는 ‘SUV 명가’로의 부활과 직결되는 문제다. G4 렉스턴이 기대 이하의 행보를 보인다면, 티볼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향후 추가모델 투입을 통한 탄탄한 라인업 구축도 쉽지 않게 된다. 반면, G4 렉스턴이 티볼리의 기세를 이어가준다면 쌍용차는 정상화를 넘어 비상에 이를 전망이다.

일단 반응은 좋다. 기존의 렉스턴이 쌓아둔 명성 덕에 출시 전부터 기대가 컸다. 하지만 대형 SUV 시장은 티볼리가 공략한 소형 SUV 시장과는 상황이 다르다.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까지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쌍용차 측이 밝힌 경쟁 모델은 기아차 모하비와 포드 익스플로러,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등이다. 특히 고급 모델 특성상 가격경쟁력보단 성능과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다. 여러모로 티볼리보단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처럼 G4 렉스턴이 공격에 나서는 상황이라면, 티볼리는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 소형 SUV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소형 SUV 시장에 니로를 내놓았다. 티볼리를 넘어선 것은 아니지만, 성공적으로 안착에 성공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가 코나(KONA)로 칼을 갈고 있다. 현대차 최초의 소형 SUV로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티볼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소형 SUV 시장 1위를 지킨다하더라도 판매량에 있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체급부터 다른 현대·기아차와 마케팅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결국 최종식 사장의 두 번째 임기는 G4 렉스턴과 티볼리의 행보에 따라 성공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와 관련 쌍용차 관계자는 “G4 렉스턴의 구체적인 판매목표는 아직 설정하지 않았으나, 머지않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티볼리의 경우 꼭 코나를 겨냥한다기 보다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품 업데이트와 활발한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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