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정선군 사북리에 위치한 강원랜드 전경.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강원랜드가 도박중독 예방 프로그램 ‘냉각기 제도’ 때문에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카지노 폐인’을 양산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세간의 지적을 받아들여 도박 중독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여전히 뒷말이 나오고 있어서다. 출입일수 제한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도박중독자 양성소 지적에… 단골고객 ‘출입금지’

냉각기 제도란 강원랜드가 고안한 도박중독 예방 프로그램이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인 강원랜드는 이달부터 냉각기 제도를 도입해 과다 출입 고객을 대상으로 출입 제한이라는 강도 높은 페널티를 부과한다.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두 달 연속해서 월 15일(총 30일) 이상 출입하다 적발되면 한 달간 시설 이용이 금지된다. 패널티는 위반 횟수에 비례에 늘어난다. 두 번째 적발될 경우 두 달간 출입이 정지된다. 세 번째 적발되면 석 달간 카지노 출입을 할 수 없다. 또 분기마다 30일 넘게 시설을 이용한 것도 불가능해 진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 카지노의 연간 출입 일수는 기존 180일에서 최대 148일로 줄게 됐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자신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배경은 강원랜드의 독특한 지위에 있다. 각계에서는 ‘사행사업을 하는 공기업’인 강원랜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2001년 중독관리센터인 ‘클락’을 설립하고 도박중독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한 달의 절반 이상 시설을 이용한 고객에게 시청각 교육을 실시하거나,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등 의무교육 수준에 머물면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급기야 연말 국정감사 자리를 통해 정치권에서까지 강원랜드를 일컬어 ‘도박중독자 양성소’라는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결국 외부의 압박에 못이긴 강원랜드는 스스로 단골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는 강구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냉각기 제도가 실시되면서 이 같은 비난 여론에서 한발 비껴날 것으로 예상됐던 강원랜드가 여전히 시름하고 있다. 제도 도입이 지역 경제의 침체를 불러올 것을 우려하는 ‘폐지론’과 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 지역민, “출입일수 제한… 상경기 침체 불러와”

제도 도입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정선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는 강원랜드 임원진과 가진 간담회를 자리에서 “출입일수 조절이 지역 상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매출 총량제를 지키기 위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이어 강원랜드의 출입일수 규제가 실시된 2014년부터 인근 상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는 침소봉대라는 입장이다. 4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한 달에 15일 이상 출입하는 과다 출입자는 400명가량이다. 이는 강원랜드를 이용하는 한 달 이용객수인 70만명의 0.05% 수준이다. 전체 이용객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인원이 제약을 받는다고 해서 지역 경제가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외지에서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찾아오는 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지역민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400명 정도가 시설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고 해서 지역 경기가 타격을 받는다는 주장은 무리”라고 말했다.

출입 제한 일수에서 하루를 덜 가는 꼼수가 횡행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달에 14일씩 이용하는 ‘턱 걸이’ 이용객이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강원랜드 측은 “분기 마다 30일 이상 이용하는 고객에 대해서도 출입이 제한된다. 이 경우 한 달 평균 9일 정도 출입할 수 있게 된다. 두 달 연속으로 14일 이용한 고객은 다음 달에는 하루 밖에 입장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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