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대세론을 형성한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정권교체’ 열망이 밑바탕이 됐다. 지난해 20% 안팎에 머물던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최순실 정국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을 거치며 급상승했다. “좌파집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나 “문재인과 맞붙어 승리할 사람”을 강조하는 안철수 후보 역시, 문 후보의 ‘대세론’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이다. 

◇ 역대 대선공식, 대세론 형성되면 대항마 출연

이와 관련해 선거경험이 풍부한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력주자가 없어 이번 대선은 처음으로 상수가 없는 대선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많은 정치인들의 대선의 꿈을 그려보려고 했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판도가 완전히 변했다. 문재인이라는 ‘상수’가 만들어졌고, 다음수순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항마가 만들어질 차례다.”

문 후보의 대항마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될 공산이 크다. 안철수 후보는 초창기부터 “이번 대선은 문재인 후보와 저의 양자대결”이라고 공언해왔다. 불투명했던 안 후보의 구상은 최근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 유권자들이 안 후보를 지켜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안 후보는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달리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서 자유로운 동시에, 문 후보와는 정적관계로 통한다. 대항마로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각 당의 대선경선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실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조사해 4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안 후보(26.1%)는 가상 5자대결에서 20%대에 진입하며 문 후보를 추격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양자대결(안 48.1%, 문 43.7%)에서는 안 후보가 소폭 앞선 결과도 나왔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능)

◇ 전적은 대세론 우위, 역전 위해서는 ‘드라마’ 필요

그렇다면 대세론과 대항마의 전적은 어떻게 될까. 과거 대선을 살펴봤을 때 대다수는 대세론을 형성한 후보가 승리했다. 92년 대선에서는 3당 합당 후 공룡여당의 대표로 나섰던 김영삼 후보가 ‘상수’로 자리 잡았고, 결과적으로 당선됐다. IMF 직후 치러진 97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 바람으로 김대중 후보가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해 승기를 잡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여의도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세론’을 타고 당선됐던 후보 중 한 명이다.

이에 반해 대항마가 승리했던 사례도 있다. 2002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세론’을 내세우며 대선 재도전에 나섰다. 명확한 대선주자가 없었던 당시 여권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떠올랐다. 이후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렸던 역사가 있다. 종합하면 대세론이 승리했던 게 네 차례, 대항마의 역전승은 한 차례로 요약된다.

다만 노무현 후보는 단순 대항마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세론 이상의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대항마’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 수준을 뛰어넘는 한 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누군가를 반대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없다”며 자신만의 노선을 개척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