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 선임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감사원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고, 불과 얼마 전까지 권력 최상부에 있던 이들이 줄줄이 감옥신세를 지게 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곧장 구속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후폭풍은 끝나지 않았다. 사건이 워낙 방대했던 탓에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던 부문에 대한 수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남긴 유산들을 청산하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 ‘정유라 이대 가듯’ 서부발전 사장된 안종범 동문?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발전노조)는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발전노조는 정하황 사장을 ‘적폐의 산물’이라 칭하고, 최순실 딸 정유라와 다를 바 없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정하황 사장이 최종 내정자로 선임된 것은 지난해 11월 8일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큰 혼란에 빠진 상황이었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전력업계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서부발전 등이 새로 사장을 뽑을 시기였는데, 낙하산 투입설이 파다했다. 정하황 사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인물이었다. 대구 출신인 것은 물론, 지금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고등학교 동문이었기 때문이다.

선임 과정에서도 수상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서부발전 사장 공모에 응모한 이들은 12명이었다. 공공기관장 선임 과정은 우선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면접 등을 거쳐 후보자들을 압축한 뒤 통보하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2배수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어 주주총회에서 1명의 후보가 선택되고, 주무기관장의 제청에 이어 대통령의 임명으로 확정된다.

당초 서부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12명 중 3명의 후보자를 공공기관운영위에 통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회의를 더 거친 뒤 4명의 후보자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발전노조 측은 “정하황 사장이 최종 3명 안에 들지 못하자 4명을 추천한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애초 선정됐던 3명의 후보는 들러리가 됐고, 4위였던 정하황 사장이 선임됐다”고 지적했다.

발전노조는 이처럼 의문투성이인 정하황 사장 선임 과정이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과 닮아있다고 강조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논란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감사원은 서부발전의 정하황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발전노조는 “자격이 없는 정하황 사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며 “감사원과 검찰은 법과 원칙을 유린한 사장 선임 과정을 철저히 밝혀내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서부발전 측은 “사장 선임과 관련해 감사원이 조사 중인 것은 맞다”며 “내부적으로는 절차 상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현재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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