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중도·보수층 결집에 위기를 느끼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정체성을 겨냥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부는 보수의 바람을 차단할 목적으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박지원 대표의 ‘정체성’을 흔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동교동계 인사’다. 박 대표의 대북관은 범보수진영 입장에선 정면배치된다. 또 박 대표는 2003년 '대북송금특검'에 연루되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박 대표의 정체성을 공격함으로써 안철수 후보에 대한 중도·보수 지지율을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홍 후보는 박 대표를 ‘안철수의 상왕’이라고 규정하며 적대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 후보는 지난 6일 대전 중앙철도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대표가 날 찍으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고 했는데 안 후보 찍으면 박 대표가 상왕이 된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어 7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 대표는 무서운 분"이라면서 "뒤에서 모든 것을 오퍼레이팅하고 밖으로 안 나오는 것을 보면 무서운 분"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해 “안 후보는 ‘얼치기 좌파’니까 우파들이 그리로 갈 수 없을 것”이라며 향후 보수의 바람이 자신에게로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 후보는 “지난달 18일 출마선언하고 난 뒤 13일 만에 당 후보가 됐다. 누구는 4년 동안 했는데 저는 한 지 한 달도 안 됐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빅데이터에서 앞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승리한 것을 언급하며 “빅데이터를 볼 때 관심도는 내가 1위 후보와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안 보고 빅데이터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홍준표, ’국민의당=호남당’ 이미지 부각

당초 홍준표 후보는 국민의당을 두고 ‘중도 성향’으로 분류해왔다. 지난달 22일 한국당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국민의당은 중도 정도로 볼 수 있다. 만약 좌파 출현을 막을 수 있다면 중도대연합까지 구상해야 하지 않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중도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자 위기의식을 느낀 홍 후보가 노선 변경에 나섰다.

홍 후보가 장미대선 정국을 “좌파 2명(문재인·심상정), 얼치기 좌파 1명(안철수), 보수 1명(홍준표)”의 구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고, 안 후보가 아닌 박지원 대표를 겨냥하는 것도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홍 후보는 국민의당을 ‘민주당에서 일부 떨어져나온 잔재세력’으로 규정하며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호남을 두고 적통(嫡統) 경쟁을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을) 우습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안 후보로 인해 국민의당이 중도 성향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을 우려한 홍 후보의 전략적 공격 으로 해석된다. 홍 후보가 국민의당을 ‘민주당 2중대’로 분류하는 것 역시 보수 표심 이동을 막겠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편, YTN과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4일 전국 성인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안 후보는 스스로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39.4%의 지지율로 홍 후보(27.4%)를 12%p 차로 따돌렸다. 중도 성향에서는 안 후보(37.4%)가 홍 후보(4.2%)를 33.2%p차로 크게 벌린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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