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혹이 제기된 코리아리서치의 9일 여론조사 샘플링 방식. 임의 전화걸기 방식임에도 규모와 비적격 비율이 작고, 무선면접에 국번을 60개만 사용했다는 점에 문제가 제기됐다. <여심위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KBS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의뢰해 지난 9일 발표됐던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론조사의 핵심이라는 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하는 과정이 타 여론조사와 비교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36.8%)이 크게 상승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32.7%)에 오차범위 내 앞선 것으로 나오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재광 교수는 “선관위 산하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를 살펴보니까, 유무선 RDD 걸기방식으로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했는데 무선전화조사에서 국번이 60개만 조사된 것을 보고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김재광 교수는 아이오와주립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실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나온 조사개요를 살펴보면, 이전의 조사와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 눈에 띈다. 먼저 여론조사 규모와 비적격 사례수다. RDD 방식의 여론조사는 컴퓨터가 임의로 전화번호를 생성해 무작위로 걸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결번’ 등 이른바 ‘비적격 사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당 여론조사의 전체 규모는 6만(유선 3만, 무선 3만)으로 작았고, 비적격 사례는 10%가 안 됐다. 이는 코리아리서치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여론조사(규모 약 22만, 비적격 비율 59%)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다.

김재광 교수는 “동일한 회사의 정기조사는 추세를 봐야하기 때문에 방법을 잘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이 조사는 이상하게도 3월 조사와 방식이 너무 바뀐 것”이라며 “3월 조사에서는 대규모로 컨택을 했는데, 4월 조사에서는 추출틀을 만드는 것부터 소규모 3만명으로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설명했다.

▲ 3월 12일 등록된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샘플링 방식. 4월 조사와 다르게, 규모도 크고 비적격 비율이 높으며 국번도 많이 사용했다. <여심위 캡쳐>
특히 이번 조사에서 유선국번을 2,985개 사용한 반면, 무선국번만 60개로 한정해 사용한 점도 의문이다. 지난 여론조사에서는 무선 국번만 8,031개 사용한 바 있다. 같은 국번 내 사람들은 ‘동질성’이 있기 때문에 완전한 랜덤 방식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선 여론조사는 야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왜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국번 내에 샘플링을 직납추출, 클러스터 샘플링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발생해 위험한 방법이라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라며 “완전한 랜덤이 아니다. 같은 국번 내에 사람들이 동질성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통계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음모론이라는 식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나타난 증거만을 사용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며 “만에 하나 어떤 조사회사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여론조사를 임의적으로 왜곡한다면 그건 여론조사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므로 여론조사 산업 자체의 존립근거를 위협시키는 아주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의혹에 제기됨에 따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점검에 나섰다. 여심위에 따르면, 이날 코리아리서치 측에 해당 여론조사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코리아리서치 측은 ‘콜백’ 방식을 새로 도입해 조사에 사용한 번호가 줄어들었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는 '의혹과 선관위 조사에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따로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KBS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의뢰해 코리아리서치가 8일부터 9일까지 진행했다.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전국 유권자 2,011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은 15.3%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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