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수원 사옥 전경.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소위 ‘눈먼돈’이라 불리는 업무추진비(판공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그 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년 사이 3배 가량 늘어난 4,200만원에 가까운 돈이 조석 전 사장의 개인적인 업무비로 사용된 것. 이는 전체 321개 공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규모지만, 한수원 측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관계 당국의 발 빠른 조치가 요구된다.

◇ 모기업 보다 4배 많은 판공비… 사용처는 ‘오리무중’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텝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015년 총 4,185만7,000원을 기관장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088만8,000원)에 비해 3,000만원 이상 증가한 금액으로, 당시 대표이사이던 조석 전 사장은 한 달에 350만원 가량을 개인 업무 비용으로 사용한 셈이다.

한수원의 업무추진비 지출 규모는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14개 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단연 1위다. 2위를 기록한 한국가스공사(3,694만7,000원)를 제외하며 당해에 업무추진비로 2,000만원 이상을 사용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자산 규모로는 모기업인 한국전력의 3분의 1 수준인 한수원이 기관장 개인 업무비로는 4배 많은 돈을 사용한 것이다.

전체 321개 공공기관을 통틀어서도 한수원의 업무추진비는 최상위권에 속했다. 준시장형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나머지 기타공공기관을 포함한 전체 업무추진비 순위에서 한수원은 9위를 차지했다. 증액된 비율로 따졌을 때는 상위 10개 공공기관 중 1위였다. 1,088만8,000원을 사용한 2014년에서 1년 만에 284% 늘어난 돈이 조 전 사장의 개인 업무비로 빠져 나갔다.

▲ 자산 2조원 이상인 시장형 공기업들이 지난 5년간 사용한 업무추진비 총액. 이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은 2015년에 전년 대비 무려 284% 증가한 돈이 조석 전 사장의 개인 업무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오>

한수원의 급증한 업무추진비에도 정확한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한수원은 알리오를 통해 업무추진비에 대한 세부내역을 3가지로 뭉뚱그려 공시하고 있을 뿐이다. ▲주요정책추진관련 회의, 행사 ▲유관기관 업무협의 및 간담회 ▲위문·격려 및 직원 사기진작이 전부다. 한수원 관계자는 “업무추진비의 세세한 부분까지 공개해야할 의무는 없다. 이는 모든 공공기관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알리오를 관리하는 기재부에서 업무추진비에 관한 공개 범위는 기관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기재부에서는 연간 총액과 상세내역 공시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선까지 공개할지 여부에서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뿐만 아니다. 기관의 설립목적과 운영방식, 규모 등이 천차만별인 공공기관에게 하나의 공통기준을 제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다른 조항에도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산자부에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산하 기관일지라도 예산 회계가 엄연히 분리돼 있는 공공기관이 사용한 업무추진비까지 컨트롤하지 않는다는 게 산자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금융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공기관장들의 보수가 민간 기업에 비해 많지 않다보니 업무추진비가 이를 보존하는 형태로 자리 잡게 됐다”면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업무추진비 비중을 줄이고 기관장의 보수를 소폭 상승시키는 게 국민세금을 절감하고 회계 투명성을 올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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