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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검찰] 우병우 방패 못 뚫은 무뎌진 창
[위기의 검찰] 우병우 방패 못 뚫은 무뎌진 창
  • 소미연 기자
  • 승인 2017.04.12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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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청구된 두 번째 구속영장마저 기각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결국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평가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집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다수의 인사들이 구속을 피하지 못한 것과 달리 우병우 전 수석은 두 차례나 비껴갔다. 그의 영장심사를 담당한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2일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속할 만큼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검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로써 검찰의 체면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됐다. ‘황제소환’ 논란 이후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진땀을 흘렸던 검찰은 2기 특별수사본부 출범과 동시에 이른바 ‘우병우 전담팀’을 신설하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여줬다. 실제 특수본의 30%에 달하는 검사 9명이 전담팀에 배치됐고, 이들이 불러들여 조사한 참고인만 50명이 넘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25권의 수사기록과 5건의 고발사건을 검찰에 인계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100% 영장이 나올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때문에 더 곤혹스런 상황이다. 특검의 수사기간 종료 이후 2기 특수본에서 영장을 재청구하기까지 42일의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 입증을 위해 매달렸지만, 그 결과가 영장 발부로 이어지지 않았다. 법원은 여전히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검찰이 처음부터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진정성 논란과 함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무능하다는 질책도 나왔다.

물론 검찰로선 답답한 표정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영장 기각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범죄 혐의가 있다는 부분들을 싹 다 스크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뭇매는 계속 될 전망이다. 우병우 전 수석이 수사대상에 올랐을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수뇌부와 전화통화를 주고받은 사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서다. 무엇보다 검찰은 국민들의 눈높이와 달랐다. 실제 이 관계자는 “통화한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물었다.

▲ 차기 대주자들은 우병우 전 수석의 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의 부실조사를 꼬집었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뉴시스>
사실상 검찰의 신뢰 회복은 물거품이 됐다. 뿐만 아니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부실조사는 검찰의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병우 전 수석의 영장 기각에 대해 “민감한 시기 검찰 최고위직과의 의심스런 통화는 수사기록에 현출시키지 않으려 이 혐의는 빼주고, 저 혐의는 돌아가다 보니 사건이 왜곡된 걸로 보여진다”면서 “검찰이 왜 개혁 대상이고 청산 대상인지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새 정부 적폐청산 대상에 쐐기

이에 따라 검찰 개혁에 대한 차기 대선주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검찰 내 핵심 요직에 자리 잡고 있는 ‘우병우 라인’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정수석이 범죄를 방조하거나 가담하지 않았는데도 국정농단이 가능했다는 판단인가” 법원에 반문하며 “검찰의 영장청구가 부실했거나, 법원이 형평성을 외면했거나, 국민이 기대한 사법정의를 배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수진영도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수사를 잘했으면 영장이 기각될 리가 있겠는가. 검찰이 수사를 잘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또한 경북 영천 공설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자기 식구 감싸기를 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영장 재청구를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