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은 자신을 향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정감사 출석 당시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0대. 폭스바겐의 올해 국내시장 판매실적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판매정지 사태로 사실상 폐업 상태에 놓여있다. 아우디와 벤틀리를 모두 합쳐도 석 달 동안 1,000대도 판매하지 못했다.

한때 수입차업계 ‘빅4’를 형성했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몰락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에서 유독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고객 보상에 대해선 미온적이었고, 우리 정부 및 수사당국에 대해선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았고, 정부당국은 강도 높은 처분을 내렸다.

사태가 악화되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자체적으로 판매중단에 나서는 등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국내 고객들에게 제공한 ‘100만원 쿠폰’은 ‘꼼수 보상’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 법꾸라지 노리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이런 가운데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전현직 고위임원 및 법인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이 보인 태도는 또 다시 실망스러웠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요하네스 타머 사장 측은 인증 받은 부품과 다른 부품을 장착한 차량을 들여온 것과 관련해 “부품이 변경됐다는 증거가 없고, 증거가 있다 해도 타머 사장은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증기관을 속여 인증심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이 국내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판단해 인증한 것”이라며 책임을 정부에 넘겼다. 문제의 차량들이 실제 판매되지 않고, 보세구역에 보관 중이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다소 군색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반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직원과 인증대행업자 등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판매정지라 처분을 받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판매량이 크게 급감한 상태다. <뉴시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지난 2월, 마커스 헬만 총괄사장을 선임했다. 독일 본사 법무팀 소속으로 근무한 인물로, 특히 디젤게이트를 전담해왔다. 법적으로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의지가 전해지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큰 홍역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교묘하게 ‘법적책임’을 피해오던 이들이 줄줄이 철퇴를 맞았다. ‘법꾸라지’라는 별명이 붙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법적책임을 최대한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여론이 더 싸늘해질 수밖에 없는 행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업계 1위인 아우디폭스바겐그룹에게 한국 시장 판매량은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 또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인기를 고려하면, 본격적인 판매재개 후 금세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입장에선 법적책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때문에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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