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판 이중고’ 위기에 놓였다. 이미 롯데그룹 비리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재판에 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대대적인 변화와 중국발 악재 대응 등으로 갈 길이 바쁜 시점에서 ‘첩첩산중’을 만나게 됐다.

◇ 70억원 줬다 받은 롯데그룹, 뇌물 성격 ‘뚜렷’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출연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이다. 롯데그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삼성그룹과 함께 뇌물 정황이 가장 뚜렷한 곳 중 하나였다.

롯데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전경련을 통해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뒤, 추가로 70억원을 건넨 바 있다. 그 시점은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다. 그리고 이 시기 안종범 전 청화대 수석의 수첩엔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었다.

다만, 삼성과 다소 성격이 다른 부분도 있다. 이 자금을 다시 돌려받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롯데그룹은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받았다. 즉,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두 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했으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돈을 다시 돌려받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수’에 그친 셈이지만, 뇌물을 주고받으려 한 정황만큼은 상당히 뚜렷하다.

▲ 신동빈 회장은 최근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뉴시스>
◇ 재판 받느라 바쁜 신동빈 회장, 혁신경영 발목잡히나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은 올해 두 가지 재판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그리고 신격호 회장의 셋째 부인으로 알려진 서미경 씨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횡령·배임, 탈세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혐의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0일을 시작으로 꾸준히 재판장에 서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꼴이다. 여기에 뇌물공여 혐의로 또 다시 기소될 경우, 두 개의 재판을 받아야한다. 사안이 간단한 것도 아니어서, 정상적인 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현 상황이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은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를 개장하고, 경영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롯데그룹은 중국발 사드보복의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이다. 타개책을 찾기 위해선 신동빈 회장의 활동이 절실하다. 추가 해외진출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국내에만 머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현재 출국금지로 인해 국내에 발이 묶여있다. 그나마 최근 딸 결혼식 참석을 위해 출국금지가 일시적으로 해제됐지만, 재판 일정 등으로 인해 곧장 귀국해야 한다. 특히 향후 두 가지 재판을 받게 되면, 출국금지가 아니라 해도 해외일정을 잡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재판을 잘 대응해 무죄 또는 낮은 처벌을 받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로 인해 당분간 적극적인 경영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재판을 치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두 가지 재판을 받는다면 모든 신경을 그쪽에 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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