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e스포츠 시장이 열리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 1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상표권을 매각했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작년 내내 침체기를 보낸 국내 e스포츠 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이 잇따라 e스포츠 시장에 노크를 하며 불씨를 살리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모바일게임의 도전이다. e스포츠로서는 한계를 보였던 모바일게임의 발 빠른 행보에 관련 업계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 침체기 벗어난 e스포츠… ‘모바일’로 2라운드

e스포츠 리그에 제2의 부흥기가 찾아왔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상위사들이 당장 올 봄을 시작으로 최소 4개 리그를 시작한다. 장르도 레이싱과 모바일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판을 키우고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은 작년까지만 해도 그 위상이 무너질 위기였다. e스포츠 시대의 포문을 열었던 1세대 게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명맥이 끊긴 것이다. 대기업 기반 프로게임단이 스타2 팀을 대거 해체하면서 체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도 게임 및 리그의 흥행부진으로 프로게임단이 해체됐다.

그나마 미국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오버워치’ 등 외국 게임사가 개발한 PC게임들이 국내 표준 e스포츠 종목의 자리를 지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6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e스포츠 종주국으로 독보적 영향력을 갖추고 있으나, 작년엔 많은 프로팀이 해체됐다”며 “해외 종목사들의 게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주도권 상실이라는 현실에 직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해서일까. 연초부터 국내 게임사들이 e스포츠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모바일게임’의 진출이다. 기존에 e스포츠가 온라인 PC게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치 못한 모바일의 역습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디바이스는 대전을 펼치다 접속환경 불량 등 부수적 문제 때문에 승패가 갈리기도 해, 모바일과 e스포츠는 맞지 않다는 시선이 팽배했다”며 “지금은 기기 자체가 워낙 발전했고, 데이터 문제 등도 개선돼 모바일로도 경쟁적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 꿈틀대는 모바일 e스포츠… 최대 리그 매각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 e스포츠 리그 또한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수많은 리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대회는 스마일게이트의 ‘월드사이버게임즈(WCG)’다. 2000년 한국에서 첫 대회를 개최한 후, 세계 최초의 ‘국제 e스포츠 월드컵’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 스마일게이트는 그간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WCG 상표권 일체를 넘겨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본래 WCG는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후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회였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e삼성’ 프로젝트에 힘입어 매년 수백억의 투자를 받았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WCG 조직위원장을 직접 맡기도 했다.

WCG가 힘을 잃은 것은 삼성전자가 ‘모바일 올인’ 전략을 취하면서부터다. 대회를 주최해 온 삼성전자가 PC기반의 e스포츠 대회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모바일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3년 중국 쿤산대회를 끝으로 대회를 종료한 것이다. 리그 해산 이후에도 삼성이 브랜드 특허를 계속 보유해, WCG는 삼성전자의 ‘계륵’이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e스포츠는 스마트폰의 성장을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넷마블 ‘펜타스톰 일반 토너먼트 대회’, 넥슨 ‘니드포스피드 엣지 토너먼트 대회’ 등 모바일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 리그 소식이 올 초부터 들려온다. 긴 기다림 끝에 모바일 e스포츠 시장이 성장 적기를 맞은 지금, WCG의 상표권이란 매력적인 카드를 매각한 삼성전자로선 다소 아쉬운 뒷맛이 남을 것이란 분석이다.

WCG도 종목이 PC게임에만 치우쳤다는 지적에, 최근 모바일 등으로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게임은 아예 기획 단계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개발이 진행되기도 한다”며 “모바일을 비롯해 VR, 드론 등 각종 IT기기를 WCG 종목에 포함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고, 세계 최고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축제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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