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17일 재판에 넘겼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지만 이미 여러건의 재판이 맞물려 진행중인 상황이라 신 회장으로선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지난 2일, 서울 잠실 밤하늘에 3만여발의 폭죽이 쏘아 올려졌다.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은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하며 관람객들의 심장을 설레게 했다. 123층, 555m 규모. 국내 최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의 개장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그 누구보다 감격스러웠을 사람은 누가 뭐래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30년이나 걸린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을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잔치의 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동빈 회장은 검찰과 운명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 일주일에 절반 이상 재판 출석하게 될 듯

결국 검찰(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은 롯데그룹을 ‘피해자’가 아닌 ‘뇌물공여자’로 결론지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17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낸 70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롯데그룹 압수수색을 앞두고 급히 돌려받았지만, 이미 돈을 지급한 만큼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극적으로 살아났다. 출연을 요구받은 30억원을 실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차이점이다. ‘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가 두 사람의 운명을 갈랐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자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미 여러 건의 재판이 진행중인 신 회장으로선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그는 △계열사 피에스넷 증자 관련 계열사 동원 건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급여 제공 건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자로 또 다시 기소되면서 일주일 중 3~4일을 재판준비와 출석에 시간을 할애해야만 한다.

▲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잇단 재판으로 정상적인 그룹 경영이 어렵게 됐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롯데'를 천명했지만 닻을 제대로 올리기도 전에 정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 빛바랜 창립 50주기… ‘뉴롯데’ 닻 올릴수 있을까

사실 롯데에게 올해는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깊은 해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해이자,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 이뤄진 해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건축사를 새로 쓴 상징적 건축물에 ‘롯데’ 타이틀을 달게 된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롯데가 처한 현주소는 암담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상반기 매출손실만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조원 규모의 투자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사업도 신 회장의 빡빡한 재판일정으로 기약 없게 됐다. 잇단 재판으로 신 회장의 정상적인 경영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만큼 다른 사업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며 ‘뉴 롯데’를 천명했지만, 닻을 올리기도 전에 정박해야 할 처지다. 창사 이래 가장 험난한 시련과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신동빈 회장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다. 오롯이 외길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 관련 재판에 초호화 변호인단을 배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 회장은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고등검사장 출신 변호사 등 변호인 11명을 내세워 방어에 나섰다. 사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민적 분위기로 볼 때 자칫 실형이라도 선고될 경우 사면은 절대 기대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롯데의 축포는 사실상 쉰 살 잔치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신동빈 회장이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고 ‘뉴롯데’의 닻을 올릴 수 있을지, ‘서초동’에 출근 도장을 찍게 될 그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