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 전주와 광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유세 현장을 떠나기 전까지 시민들은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더문캠 제공>
[시사위크|전주·광주=소미연 기자] “제발.” 전북대 재학 중인 한모 군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연설을 들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읊조렸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정의로운 대통령’ ‘1600만 촛불이 염원하는 개혁의 적임자’ ‘공정한 나라를 만들 사람’이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재인”을 외쳤다. 그는 “전북의 아들딸들이 이력서에 주소지를 썼다 지웠다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내 고향은 전주요, 익산이요,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약속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18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의 유세 현장은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뤘다. 평일 낮이었지만 5000여명의 지지자와 시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때문에 우산을 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의 연설 무대 앞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뒷사람을 생각해 비를 맞았다. 뒷사람도 비를 함께 맞았다. 궂은 날씨, 혼잡한 거리에 얼굴을 찌푸릴 만도 하지만 웃음이 먼저 나왔다. 한 열성 지지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고백했다. “무조건 사랑해.”

◇ 한숨 돌린 민주당 “분위기 괜찮다”

문재인 후보도 웃었다. 연설은 이따금씩 멈춰야 했다. “문재인”을 연호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문재인 후보는 오른손을 번쩍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수와 환호 소리에 주변 상가 주민들도 하나 둘 고개를 내밀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이모 씨는 “어제보다 사람이 굉장히 많다”면서 “문재인 후보에게 기우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유세를 펼쳤으나, 기대보다 환영을 받지 못했다는 게 목격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 문재인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에 화답하듯 문재인 후보는 시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악수를 건네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전주·광주/소미연 기자>
그제야 김현미 의원이 한숨을 돌렸다. 그는 문재인 후보의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있는 동시에 전북지역 지원활동을 돕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소병훈 의원도 “이전보다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그동안 홀대받은 전북을 감싸고 설득한다면 (승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침 이날 문재인 후보는 “호남에서도 소외가 되는 이중의 상실감과 아픔”을 가진 전북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4년간 전북 출신 장관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예산차별, 민생홀대는 말할 것도 없다”면서 “인사차별 바로 잡겠다. 전북의 인재들이 나라와 지역을 위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문재인 후보는 배웅에 나선 시민들에게 화답하기 위해 차량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문재인 후보가 탄 차량이 속도를 내기 전까지 뒤쫓아 가기도 했다.

이 같은 열기는 광주 동구 충장로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로 이어졌다. 거리는 순식간에 인파들로 가득 찼다. 특히 아이와 함께 온 젊은 엄마 아빠들이 많았다. 문재인 후보와 악수를 한 아이의 부모는 신이 난 목소리로 “너, 대통령이랑 악수한거야!”라고 말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제 갓 5개월 된 아이를 품고 유세 현장을 찾은 30대 여성은 스피커 소리에 귀가 따가운데도 “괜찮다”며 자리를 지켰다. 이 여성은 문재인 후보와 악수를 하고선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들은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눈길을 끈 것은 피켓을 든 중학생들이다. 자신을 주원중학교 2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김모 군은 기자에게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피켓을) 만들었다”면서 “(문재인 후보를) 실제로 보니 좋다. 잘생겼다”며 강한 팬심을 드러냈다. 김모 군을 포함한 중학생 7명은 무대 위로 올라 문재인 후보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재인 후보는 피켓을 보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정의로운 대통령’이 돼 “흙수저 금수저 따로 없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 대성황을 이룬 광주 동구 충장로 거리의 모습. 광주시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은 문재인 후보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면서 정권교체를 약속했다. <더문캠 제공>
◇ 문재인의 자신감 “대통령 준비 끝냈다”

광주 집중유세에서 사회를 본 진선미 의원은 무대에서 내려온 뒤 기자와 만나 “광주시민들이 국정안정에 더 믿음직한 후보가 바로 문재인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는 데 기대를 나타냈다.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약한 그는 “그땐 당에 대한 지지도가 없었다. ‘안철수 현상’으로 정치 혐오가 만연해 우리 당 색깔만 보여도 손가락질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다르다. 당의 지지도가 튼튼하고, 제1당으로서 안정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고 똑같은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이번엔 문재인을 택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분위기는 좋았다. 문재인 후보를 연호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문재인 후보도 “대통령 준비 끝냈다”면서 “지금부터 한 달 뒤 5·18 민주항쟁 기념식에 제19대 대통령의 자격으로 참석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연설에 앞서 광주시민들과 5·18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묵념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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