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선거유세에서 엇갈린 평가 “문재인 인정해야”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민심에 변화가 생겼다. 호남의 전략적인 투표 성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될 사람을 밀어야 한다’는 판단에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후보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18일, 전주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과 광주 동구 충장로 거리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의 선거유세에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점이 이를 방증했다.
특히 전주 유세는 전날 열린 안철수 후보의 유세와 확연하게 비교됐다. 전북대 구정문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이모 씨는 “안철수 후보가 유세할 때 보다 사람이 굉장히 많다”면서 “문재인 후보에게 기우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식당을 찾은 학생들의 발언을 인용해 “안철수 후보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이 정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이씨 또한 “안철수 후보가 기존 정치인과 다를 줄 알았는데, 비방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익산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남성 김모 씨는 이날 문재인 후보의 연설을 지켜본 뒤 지지를 결정했다. 문재인 후보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쐐기를 박았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정권에서 무너진 국정을 다시 올바르게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국정 경험을 가진 유일한 후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을 역임한 만큼 “당장 내일 집권해도 곧바로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문재인 후보의 주장이다. 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 “국정 운영은 글쎄…” 한풀 죽은 안철수 바람
광주시민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다만 안철수 후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유추할 만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예컨대, “안철수 후보는 때가 덜 탔다”는 식이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면서도 판세 전망에선 확신이 떨어졌다. 5대5 원점이다. 택시업을 하고 있는 50대 정모 씨는 “전북 맹주로 불린 정동영도 가까스로 당선될 만큼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몰표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호남홀대론’과 ‘반문정서’가 여전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충장로 거리에서 만난 60대 신모 씨도 “문재인 후보는 주변 사람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특혜 임용 의혹과 국가공무원인 보좌진에게 사적 업무를 지시한 갑질 논란 등에 대해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고 두둔했다. 도리어 우려스러운 것은 의석수다. 문재인 후보는 119석을 가진 제1당이지만, 안철수 후보는 39석에 불과한 제3당이다. 이에 따른 국정 안정화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종 선택을 앞두고 광주시민들의 저울질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