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대 대통령 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공동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박지원 대표가 기호 3번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상왕(上王)정치’ 공격이 계속 되고 있는 데다 박지원 위원장의 잇단 ‘말실수’도 구설에 올랐다. 대구·경북(TK) 보수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김대중 정부의 핵심이었던 박지원 위원장과 같은 당이라는 점도 딜레마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전날(19일) KBS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박지원을 내보낼 의향이 있느냐”고 ‘상왕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홍 후보는 “박 대표가 친북 인사라는 것은 국민이 다 아는데 박 대표를 안 내보내고. 사실 그 당의 실센데, 시중에서는 ‘안철수가 대통령 되면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박지원이 대통령이다’는 말도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안 후보는 “최근에 제가 들은 말 중에 CEO 출신이라 독선적이고 혼자 결정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갑자기 ‘박지원 상왕론’이 나와 뒤에서 조정한다고 한다”며 “네거티브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저는 국민의당 창업주다. (박지원 상왕론은) 스티브 잡스가 바지사장이라는 말과 똑같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가 “박 대표를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사람에겐 모두 역할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 저도 마찬가지다. 모두 역할이 있다”고 답했다.

바른정당도 연일 ‘박지원 상왕론’을 제기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 캠프의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박 대표의 ‘문재인은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는 전주 유세 발언을 두고 “호남도 팔고 예전에 모시던 분도 팔아 박 대표가 얻으려는 것은 안철수 후보의 상왕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구여권이 안 후보를 향한 직접적인 비판이 아니라 박 위원장을 공격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쓰는 것은 안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TK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김대중 정부의 핵심이었고 ‘동교동계’ 좌장 격인 박 위원장을 수면 위로 띄우면서 안 후보를 향한 보수층의 지지세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 박지원 잇단 실수에 캠프서도 ‘곤혹’

박지원 위원장의 실수도 구설수에 오르면서 당내에서도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 위원장은 최근 지역 유세에서 잇단 말실수를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8일 광양 유세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대통령 당선이 안 되면 대구 강물에 빠져 죽겠다고 했다”고 했지만 이는 문재인 후보가 아닌 홍준표 후보가 한 발언으로 확인됐다. 박 위원장은 이후 자신의 SNS에 “홍 후보 대신 문 후보라고 잘못 말한 것 같다. 이것은 저의 실수였다”고 했다.

전주 유세에서의 “문재인은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는 발언을 두고도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비판이 계속 일고 있다. 박 위원장은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상대 후보 측에서는 ‘호남 팔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캠프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의 실수가 안 후보의 지지율을 깎아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당 내 한 호남계 인사는 “박 위원장이 선거 운동 전면에 나서면서 보수층의 전략적 투표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의 ‘2선 후퇴론’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왕론’ 비판에 대해 “이미 그 문제는 수차례 답변했다. 변함 없다”고 대응할 가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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