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웅제약이 치매약 '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위를 상실할 전망이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치매약 ‘글리아티린’을 두고 벌어졌던 복잡한 수싸움에도 끝이 보인다. 뺏고 빼앗겼던 대웅제약의 고군분투가 결국 최종 스코어 ‘0’을 기록할 전망이다. 판권 상실 후 지위 회복을 위해 소송전을 불사했으나, 오히려 당국은 관련법을 촘촘히 개정하는 방향으로 대웅의 요구를 방어했다.

◇ 판권따라 대조약 지위도 ‘왔다 갔다’

대웅제약 ‘글리아티린’을 둘러싼 신경전이 보건당국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대웅제약에 소송이 걸렸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 빠르게 관련 고시를 변경해서다. 품목이 삭제된 의약품은 대조약에 선정할 수 없도록 기준을 손보고 사후 논란을 차단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을 개정 고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품목허가가 삭제된 의약품은 대조약 선정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작년 3월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한 ‘대웅글리아티린’도 현재의 대조약 지위를 반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19일 개정 고시가 나간 후 당일에 바로 시행됐다”며 “다만 대웅 글리아티린은 바로 대조약 지위가 상실되진 않고, 조만간 별도의 공고를 통해 지위를 변경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15년 간 ‘이탈파마코’의 글리아티린을 판매하며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작년 1월 판권이 종근당으로 넘어가면서 대조약 이슈가 부상했다. 판권을 뺏긴 대웅이 3월 제품허가를 자진 취하한 것이다. 이에 식약처가 대조약 지위를 종근당 글리아티린으로 변경했다.

대조약 지위마저 잃어버린 대웅제약은 당국과의 소송전에 나섰다. 작년 10월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대조약 선정취소’ 행정소송에서 업계 의견조회를 거치는 행정절차가 소홀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다시 대조약에 선정됐다. 판권 상실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행보였다.

그러나 이번 고시변경으로 대웅글리아티린은 또 한 번 대조약 지위를 상실할 전망이다. 오리지널 판권을 가진 종근당이 대조약 지위를 다시 넘겨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위는 ‘대웅제약-종근당-대웅제약-종근당’으로 근 1년 간 총 3번 변경되는 셈이다.

◇ ‘오리지널’ 마케팅 막혀… 보험급여도 “더는 안 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대조약 지위에 열을 올린 이유는 ‘오리지널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조약은 제네릭(복제약) 개발사의 치료 효과 등이 동일한지를 비교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의약품이다. 식약처장이 대조약으로 타당성을 인정한 품목이다. 통상 원개발사의 품목을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대조약은 곧 ‘오리지널’로 통용되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의 경우 오리지널이 대조약의 지위를 가져간다”며 “실질적으로 제도적인 면에서 별다른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조약 지위를 가진 것 자체로 업계선 오리지널 의약품이라는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벌였던 급여 다툼도 조만간 급여중단 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대웅제약이 작년 3월 허가취하한 후, 복지부는 글리아티린 보험급여를 10월까지 연장해줬다. 재고 소진에 약 6개월의 시간이 더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대웅은 급여 만료일이 다가오자 10월 복지부를 상대로 급여기간을 더 늘려달라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품목허가가 삭제된 약제는 최대 6개월까지만 건강보험급여를 인정해줄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복지부장관 직권으로 통상 6개월까지 급여유예를 해줬는데, 소송까지 걸며 그 이상을 요구한 것은 대웅제약이 거의 첫 사례”라며 “이미 이달 18일 법제처 행정심판에서 승소했고, 조만간 재결서가 넘어오면 급여목록에서 바로 제외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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