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자회사 수협은행이 행장 선임을 두고 파행을 빚으면서 그 여파가 중앙회에도 미치고 있어서다. 인선 지연의 원인이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밥그릇 싸움’로 해석되고 있어 김 회장의 고민도 깊을 전망이다.

◇ 수협은행 인선 '표류' … '절름발이 새 출발'

지난해 말 수협중앙회의 품을 떠나 독립한 자회사 수협은행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행장 선임 문제로 두 달여간 진통을 겪고 있다. 결국에는 최근 창립 54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공백' 사태를 맞는 지경까지 왔다.

수협은행은 이원태 전 행장의 임기가 만료된 12일까지 행장 선임을 하지 못해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는 지금까지 10여 차례나 회의를 열었음에도 후보 선출에 실패했다. 20일 열렸던 행추위도 결과는 같았다. 후보 선출 회의는 27일로 또 밀렸다. 

파행을 빚고 있는 이유는 수협은행의 지배구조를 놓고 정부와 수협중앙회 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수협은행은 2001년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정부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행추위 위원 5명 가운데 3명은 정부 추천 인사다. 나머지 2명은 수협중앙회가 추천한다.

이 같은 구조 탓에 그간 관료 출신들의 행장 선임이 이어졌으나 이번에는 수협중앙회에서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이 분리 독립한 첫 해인 점을 감안해서라도, 내부 출신이 선임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는 수협중앙회 출신이 선임되는 것에 경계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측이 은행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인선이 연거푸 파행을 빚으면서 그 피해는 내부 구성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내부 구성원들과 금융소비자는 안중에도 없고 '밥그릇 싸움'만 몰두하고 있는 꼴이 아니냐는 비판이 높다. 수협중앙회 역시 책임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 정부 vs 수협중앙회 '밥그릇 싸움' 눈총

이번 사태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과도하게 인사에 개입하는 정부 측의 문제가 크지만 합리적으로 조율하지 못하고 감정싸움으로 끌고 가는 수협중앙회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협중앙회가 자회사 행장 선임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수협의 지역 회원조합에서는 '대출연장금리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울산 경찰청은 최근 울산 수협이 울산지역과 인근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연장을 하면서 금리를 조작해 수백억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관련 혐의에 대해 조만간 검찰에 기소할 계획이다.

이에 일각에선 지역 단위 회원 조합들의 관리 감독 문제보다는 지배구조 주도권 잡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수협은행장 선임 문제와 관련 건은 별개의 문제"라며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며, 아직 혐의에 대한 사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수협은 단위 회원조합들의 비리가 잇따르면서 그간 몸살을 앓아왔다. 중앙회는 조합감사위원회를 통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내부통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의 어깨는 무거워지는 모양새다. 과연 안팎의 악재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