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방건설 본사가 입점해있는 경기도 일산구 백성동의 한 빌딩 건물의 모습. <다음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견건설사 대방건설이 실적과는 무관하게 오너가에 고액 배당을 한 사실이 알려져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해 대량 미분양 사태로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이 회사 2세 경영인인 구찬우 사장에게 역대 최고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 실적은 ‘뒷걸음질’, 배당금은 ‘고공행진’

경기도 고양을 연고로 하는 중견건설사 대방건설의 배당 소식이 전해졌다. 21일 <더벨>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지난해 총 165억원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18%로 계산된다.

국내 기업의 상당수가 한해 순이익의 20% 안짝에서 배당금을 책정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회사의 배당성향 자체가 문제될 건 없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실적과의 관계다. 주주친화 정책 차원에서 이뤄지는 배당은 보통 당해 실적과 비례해 지급된다. 한해 땀 흘려 일군 농사가 풍년이면 그에 걸맞는 보상이 주주들에게 돌아가며, 흉작일 경우 고통분담 차원에서 보상 규모는 줄어든다.

만약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된 기업에서 재무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고배당을 실시한 경우 이는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다. 특히 오너가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비판의 수위는 높아진다.

대방건설이 딱 그러한 경우다. 지난해 대방건설의 성장은 크게 둔화됐다. 중견사들의 주력 시장인 수도권 외각 지역과 지방 주택시장 곳곳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빚어진 게 주요했다. 총 매출액은 6,449억원으로 전년 보다 1,000억원 가량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절반이 줄어든 595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921억원에 머물면서 1,000억원 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되레 배당금은 증가했다. 총 배당금액과 배당성향 모두 금감원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다. 시평 49위에서 19계단이나 껑충 뛰며 30위권 진입을 견인했던 2015년때 보다도 높다. 그해 1,3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대방건설은 8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뒷걸음질 친 실적에도 불구하고, 대방건설은 주주 몫을 2배 늘려준 셈이다.

그 결과 지난해 대방건설 구찬우 사장은 117억원을 불로소득으로 얻게 됐다. 구 사장은 회사 지분 71%를 보유한 대방건설의 최대주주다. 나머지 48억원은 매제인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의 몫으로 돌아갔다. 2009년 창업주인 구교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아들 구 사장은 8년째 2대 주주(29%)인 윤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대방건설이 고배당으로 구설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대방건설은 2년 만에 실시한 배당에서 배당성향 52%에 이르는 700억원을 구 사장과 윤 대표에게 지급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고배당 논란은 대방건설의 오기에서 빚어진 실수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대방건설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대방건설은 지난해 배당금에 대해 “현재로써는 확인이 힘든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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