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울산 롯데백화점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울산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대구=최영훈 기자] “유승민은 열심히 해도 정이 가지 않는다.”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를 평가하는 말이다. 22일 울산·경주·대구·경산 등 이른바 보수 텃밭으로 표밭 가꾸기에 나선 유승민 후보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의 마음은 제각각이었다. 특히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의 민심은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 범보수진영 대선 후보와 함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세 갈래로 나눠져 있었다.

이날 TK(대구·경북)지역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과 20~40대 유권자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 동성로 일대 여론 역시 홍준표·안철수·유승민(후보 기호 순) 후보로 제각각이었다.

◇ 유승민은 ‘배신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쌍하지”

서문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50대 아주머니는 “유승민은 옛날로 치면 역적이다. 요즘 좋은 말로 해서 배신자라고 하는 것이지”라고 유 후보를 평가했다. 옆에서 채소 가게를 지키던 70대 할머니도 “어제 뉴스를 보고 지금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 팔고 그랬다면서?”라고 기자에게 되묻더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슨 돈을 챙겼겠냐, 불쌍하지. 박근혜가 잘못하긴 했는데, 불쌍하다는 동정 여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유승민 말고 홍준표나 안철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아직까지 마음은 정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5월 9일 투표하러 갈 것”이라고 공통된 답을 냈다.

이날 서문시장의 한 납작만두 가게를 찾은 50대 부부도 “유승민이나 김무성이나 이랬다 저랬다 하며 소신 없는 사람”이라며 “소신 없이 저러니까 믿음이 안 간다. 한 마디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유 후보를 비판했다. 이어 “아직까지 누구를 찍을 지 정하지 않았지만, 투표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전했다.

 

▲ 22일 대구 서문시장 전경. 이곳에서 만난 대구 시민들의 민심은 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로 제각각 나눠져 있었다. <최영훈 기자>

◇ “문재인은 안돼”…반문정서 따른 ‘홍준표vs안철수’

서문시장에서 어묵가게를 경영하는 50대 아주머니들의 표심은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이었다. 어묵을 먹는 기자에게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고 하길래 (안철수를 찍을 지) 고민 중”이라고 말해줬다. 서문시장에서 구두수선을 오랫동안 하신 80대 할아버지 역시 “문재인은 당선되면 북한으로 가기 때문에 될 사람을 찍더라도 문재인은 안 된다”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사실 유승민을 찍어주고 싶은데 지지율이 안 나와서 찍어줄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홍준표를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2.28 기념중앙공원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역시 “유승민은 소신껏 행동한 것”이라며 배신자 프레임을 부정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유 후보는 찍어도 안 되니까 될 사람인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구백화점 앞에서 만난 40대 유권자 역시 “유승민은 사람 자체가 괜찮은 편”이라고 답했다.

◇ “유승민 배신자 아냐”…배신자 프레임 벗고 지지율 반등 노릴까

서문시장에서 벨트를 판매하는 월남전 참전용사인 80대 할아버지는 ‘유승민은 배신자이냐’고 묻는 기자를 향해 “유승민은 좋은 사람이야. 잘하려고 했던 거잖아”라고 답했다. 이어 “(유승민은) 대구에서 나고 자란 유일한 (보수진영) 후보다. 대구 사람이 대구 출신 후보를 찍어야지. 홍준표는 저기 창녕이고, 안철수는 부산이잖아”라고 덧붙였다.

생닭을 손질해 판매하는 50대 유권자 역시 “유승민이 박근혜를 배신했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라며 “참 열심히 하는 후보로 기억한다. 아직 누굴 뽑을지 마음을 정하지 않았지만, 누가 됐든 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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