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해=은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는 22일 약 1년 만에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첫 주말 유세전에 돌입한 안 후보는 부산·경남 일정을 소화하며 PK 표밭을 다졌다.

부산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안철수 후보는 이날 부산항 북항 재개발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주말 일정을 시작했다. 안 후보는 창원소답시장, 마산어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민심을 청취한 뒤 곧바로 봉하마을로 향했다. 봉하마을에는 주말을 이용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러 온 추모객들로 붐볐다. 안 후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봉하마을 입구 쪽을 바라보며 안 후보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애용하던 녹색 넥타이를 벗고 검은 정장에 검정 넥타이를 착용한 안 후보는 이날 오후 2시26분께 봉하마을에 도착해 노 전 대통령 추모의식을 치렀다. 추모를 하는 안 후보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그는 추모를 마친 뒤 방명록에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정의로운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고 2시41분쯤 차량에 탑승해 봉하마을을 떠났다.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어떤 심정으로 추모했느냐’는 질문에 “이제 더 이상 분열과 갈등, 분노의 시대를 접고 앞으로 함께 힘을 합쳐서 우리 대한민국을 구하는 각오를 가졌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렸던 지난해 5월 안 후보는 일부 친노(친노무현) 지지자들의 반발로 쫓겨나듯 봉하마을을 떠나야 했다. 4·13 총선 직후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것을 두고 “호남에 가서 아부나 하라”는 비난도 쏟아졌었다.

이날 봉하마을의 분위기는 1년 전과 달리 비교적 차분했다. 봉하마을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안 후보가 추모하겠다는 것을 누가 막겠느냐”고 안 후보의 방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싸늘한 시선도 있었다. 봉하마을 입구에서 한 상인은 취재진을 향해 “안철수가 노무현 대통령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여길 자꾸 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봉하마을을 빠져나가고 있는 안 후보의 차량에 대고 “안철수는 뭐하려고 여길 자꾸 오느냐”며 “난 문재인 보러 서면에 가겠다”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예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 여사는 이달 말까지 중국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모친상을 당한 권 여사는 비서실장을 통해 안 후보에게 “상을 당했을 때 인사 감사했다. 나중에 올라가서 뵙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안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경남에 왔는데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고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며 “(권 여사 예방은)정치적인 의도로 오해를 살 수 있어 자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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