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가 기가스틸을 통해 자동차강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새로운 소재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또한 새로운 소재의 등장은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최첨단 문명의 기반에는 소재의 발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인류 발전과 발을 맞춰온 소재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더 좋은 소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포스코의 ‘기가스틸’이다. 새로운 소재의 핵심은 더 가볍고, 더 튼튼하며, 동시에 제품화가 용이해야 한다. 기가스틸은 이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이뤄내며 미래를 바꿔나가고 있다.

기가스틸은 높은 강도를 지님과 동시에 사용자가 철강의 성형을 쉽게 할 수 있는 ‘꿈의 강철’이다. 쉽게 말해 ‘단단하면서도 잘 구부러지는’ 소재라 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이 소재의 인장강도가 1기가파스칼(GPa) 이상이란 점에 착안해 기가스틸이란 이름을 붙였다.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딘다. 십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에 10톤의 하중을 버틸 수 있다. 또한 손바닥만한 공간에 1톤 무게의 준중형차 1,500대를 올려놓아도 버틴다.

기가스틸이 가장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자동차다. 높은 강도 덕분에 안전성을 높일 수 있고, 가벼운 무게로 인해 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가공성이 우수해 알루미늄 부품보다 더 복잡한 형상의 제품도 만들 수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 경량화와 대체소재의 수요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더 가볍고, 더 튼튼한 철을 만드는 기술개발에 힘써왔으며,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더 강하고, 잘 구부러지는 철’을 만들어냈다. 전세계 철강사들이 이러한 ‘단단하면서 잘 구부러지는’ 역설적인 소재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철강을 생산해 상용화에 성공한 철강사는 포스코 뿐이다.

◇ 더 강하게, 더 가볍게… 기가스틸로 이룬 ‘소재의 꿈’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8월 태국 CGL 준공식에서 “철강 대비 비중이 3분의 1 수준인 알루미늄이 새로운 자동차용 소재로 많이 언급되는데, 철강은 알루미늄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강도가 3배이상 강한 ‘기가스틸’이라면 경량화 측면에서도 월등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같은 면적과 두께 등의 동일한 조건에서는 철강재인 기가스틸이 알루미늄 소재보다 약 3배 정도 더 무겁다. 하지만 강도가 훨씬 높은 기가스틸의 두께를 3분의 1 이하로 줄이면 알루미늄 소재와 동등하거나 훨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기가스틸은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대비해 경제성, 경량화, 강도는 물론 재활용성, 친환경성 측면에서도 월등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알루미늄 소재는 자동차 제조업체나 소비자 입장에서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가스틸은 아주 높은 경제성을 가진 자동차소재다. 기가스틸과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생산 했을 때 소재비는 3.5배, 가공비용은 2.1배가량 차이난다. 자동차의 무게를 30% 줄인다고 가정했을 때 대당 재료비만 2배 넘게 차이 나는 수치다.

알루미늄 소재를 내부 차체부품이 아닌 자동차 겉 외장재에 적용하면 더욱 큰 차이가 난다. 포스코의 자동차 외장용 강재(BH340)과 알루미늄 소재(AA6111)를 비교하면 소재가격과 가공비는 각각 4.9배, 2.6배가 차이나고, 자동차 무게를 30% 가볍게 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당 2.5배 수준의 재료비 가격차이가 난다.

또한 알루미늄 소재는 철강 소재와 달리 기존의 용접방법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특수 나사(리벳)나 기계적인 결합(물림) 등의 특별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알루미늄 강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알루미늄 강판 접합을 위한 특수 나사 비용 등을 더하면 대당 200여만원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 포스코는 지난해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6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전세계 철강사 중 최초로 기술전시회를 갖고, 30여종의 미래 자동차 소재를 선보인 바 있다. <포스코 제공>
◇ 자동차강판 발전 이끄는 포스코

‘기가스틸’은 자동차 경량화에 있어서도 알루미늄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비록 알루미늄은 비중이 철보다 3분의 1정도로 작아 자동차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강도는 철강 소재보다 많이 낮아 안전성이 떨어진다. 반면, 기가급 강도의 기가스틸을 사용하면, 알루미늄보다 훨씬 얇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강도가 높고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포스코는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를 적용한 차체보다 더욱 안전하고 가벼운 차체를 구현하기 위해 미래 철강소재 '기가스틸’을 개발하고, 이를 포스코 자체적으로 설계, 제작한 ‘PBC-EV’차체에 적용해 경량 철강소재로써 기가스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2년 자체 개발한 차체에는 U-AHSS와 X-AHSS급 기가스틸과 초고강도강인 AHSS를 각각 45.4%, 65% 적용해 동일한 크기의 기존 차체 대비 중량을 약 26.4%(78kg) 줄여 218kg을 달성했다. 또한 이를 개량한 Extra Light 모델을 통해 총 30% 감량에 성공한 207kg짜리 차체도 개발했다.

기가스틸을 채용한 PBC-EV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강성도 함께 갖췄다. 국제자동차안전표준에 포함된 7가지 충격시험과 4가지 강성시험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을 평가하는 미국신차평가제도(NCAP)의 안전등급 별 5개와 동등한 수준이다.

포스코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자동차강판 생산 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2000년 초부터 독자적인 자동차강판 기술에 돌입했고, 당시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대·최고의 자동차강판 생산 제철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해 2003년 1월에는 자동차강재연구센터를 준공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지속적인 투자에 힘입어 2010년 강도와 가공성을 모두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기가스틸인 트윕강(TWIP: TWinning Induced Plasticity)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트윕강은 충격 흡수가 탁월해 충돌 시 주로 자동차의 앞뒤 부분인 범퍼빔 등에 적용시켜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고,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가공성은 무려 2~9배나 높다.

2016년에는 또 다른 기가스틸 PosM-XF강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를 완료했다. PosM-XF강은 초고강도강으로 철강의 가공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연신율이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2~3배나 높고, 변형이 이뤄지기까지의 힘인 항복강도가 높기 때문에 충돌시 잘 찌그러지지 않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동차의 구조용 부품에 주로 사용될 수 있다.

포스코는 1973년 현대기아차, 대우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사에 열연코일을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 중반 이후 미국, 일본의 자동차회사와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1992년부터는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인 광양제철소를 통해 자동차강판 기술개발에 역량을 더욱 집중시켰고, 이후 본격적으로 자동차강판을 생산 및 판매해오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세계 톱15 자동차사에 모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판매량 약 900만 톤을 달성했다. 전세계 자동차강판의 약 10%를 공급하는 수치다. 국내외 자동차강판 생산·판매 네트워크를 연계해 중국·미주 등 전략지역 글로벌 자동차사와 거래,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

포스코가 지난해 판매한 900여만톤의 자동차 강판은 포스코 전체 판매량의 25%에 해당하며, 이는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강판 생산, 판매 철강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철강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아르셀로미탈이나 일본의 NSSMC도 자동차강판의 판매비중이 10~15%에 불과하다. 철강제품중 가장 고부가가치 제품임과 동시에 향후에도 가장 판매 전망이 밝은 자동차강판에서 단연 선두에 서있는 포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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