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주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향해 질의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발언에는 복잡다단한 심경이 담겨있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노선과 ‘가깝지만, 믿지는 못하겠다’는 뉘앙스다. 안보현안 등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집중공격을 당하자 마치 대변인인 것처럼 비호하면서도, 문재인 후보의 ‘정책추진력’에 의문을 표한 이유다.

앞서 23일 선관위 주관으로 개최된 대선후보 토론회는 외교·안보·대북정책에 대한 주제로 이뤄졌다. 송민순 회고록에 등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에 대한 공세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공방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문 후보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심상정 후보였다.

심 후보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결정이 잘 됐냐 아니냐를 따져야지 진실공방이 아니다”며 “깊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당시 대통령이었다면 기권했을 것이다. 지금 대치정국이라 상상이 안되지만, 당시 남북 정상회담·총리급회담·국방장관회담·6자회담이 열렸던 때다. 평화로 가는 절호의 기회인데, 대통령이라면 기회를 살리는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향해서는 “대통령 되면 북한과 대화 안 할거냐. 적대적으로 담만 쌓을 것이냐”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는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에 편승할 줄은 몰랐다”며 역공을 취했다.

사안의 핵심 중 하나인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유승민 후보가) 인권 얘기할 자격 없다. 박근혜 정부 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끊어서 산모 등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반인도적 행위를 해왔으면서 야당을 비판할 때만 (북한) 인권으로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 지지층에서는 심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렇다고 심 후보가 문 후보에게 마냥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수의 정책사안에서 민주당이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의 반대를 뚫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토론에서 진하게 묻어났다.

심 후보는 선거법 개정에 대해 “19대 국회 (선거구획정 협상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 개악을 했다”고 문재인 후보를 질타했다. 문 후보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거 알지 않느냐”고 반박하자, 심 후보는 “노력만 하고 못하지 않았냐. 개혁과제들 다 못하는 게 아니냐”고 거듭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의 문제는 도망갈 문을 열어놓는다는 거다. 앞에서는 말해놓고 나중에 새누리당 때문에 안 된다고, 개혁 못했다고 한다”며 “(문 후보는) 공약을 어떻게 책임지고 실현할 거냐. 1~2월에도 개혁법안 처리 못했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반대했다. 그런데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회에 변화가 없는데 (개혁에) 의지가 있냐”고 물었다.

사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정치·안보·경제 등 정책사안에서 지향하는 방향이 비슷하다. 때문에 ‘야권 단일화’라는 명분으로 선거철이 되면 대승적 차원에서 민주당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그 이익은 오로지 민주당만 향유한다는 ‘피해의식’이 일부분 있던 것도 사실이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의석이나 선거법 문제가 나오면, 민주당은 자신들의 이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시점에서 타협해버린다”며 “평소 정의당은 나몰라라 했다가 선거가 되면 표가 아쉬우니 야권이 위험하다며 단일화를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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