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오후 일본 출국을 위해 김포공항에 방문한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국 금지조치가 풀린 후 첫 해외 행보를 내딛었다. 행선지는 일본이다. 이는 급변하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힘을 싣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에서 전용기를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은 일본 도시바 경영진과 만나 '반도체 사업 인수'에 대해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이번 일본행은 급변하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확실성을 얻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사업인수를 둘러싼 상황은 최 회장의 '통 큰 투자'로만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도시바는 올해 초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지분(20%미만) 매각을 계획했다. 하지만 미국 원전사업의 손실액이 예상보다 크자 '전부 매각 가능'으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이후 10여곳의 글로벌 기업들이 각각 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고, 현재 SK하이닉스,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브로드컴, 대만 홍하이(폭스콘)그룹 등 4개 진형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비 입찰에서 SK하이닉스는 2조엔, 대만 홍하이는 3조엔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도시바와 제휴 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독점협상권을 요구하면서 매각이 임시중단 됐고, 일본 내에선 도시바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투자펀드KKR은, 일본정책투자은행, 산업 혁신기구와 도시바 반도체 인수의 공동입찰을 검토 중이다. 이 컨소시엄엔 WD가 소액출자로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케이신문은 "미일 펀드 연합이 인수주체로 나섬에 따라 대만·중국 등에 기술유출을 막고, 반독점 심사를 단축시킬 수 있다"며 인수전에 새로운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홍하이 그룹은 미국 애플과 일본 소프트뱅크, 샤프 등과 대규모 연합군 구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새 판이 구성된 셈으로, 단순히 '자본'만으로 승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업계에선 최 회장이 이번 일본행을 통해 인수전에 동참할 파트너를 찾을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SK하이닉스의 파트너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미일 연합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만큼, 최 회장이 WD와 손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최 회장이 도시바에겐 기술유출과 고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여기엔 SK그룹이 올해 변경한 정관도 좋은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SK그룹은 전 계열사 정관에 이윤 추구 대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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