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씨의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시호 씨는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 있는 돈으로 딸과 손자의 양육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최순실 씨가 법정에서 고성을 질렀다. 조카 장시호 씨의 증언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4회 공판에서 장씨를 향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장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장씨도 가만있지 않았다. 최씨를 향해 “손바닥으로 그만 하늘을 가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의 법정 다툼을 불러온 장씨의 증언은 무엇일까.

장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최씨와 마주한 사실을 회고했다. 당시 두 사람은 검사를 마주보고 나란히 앉아있었다. 최씨는 장씨에게 귓속말을 하려 했지만, 정작 장씨는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최씨가 A4용지에 ‘삼성동, 유연이, 유치원’이라고 써서 보여줬다. 그래도 장씨가 알아보지 못하자 최씨는 ‘삼성동 2층방, 유주 유치원’으로 고쳐 썼다. ‘유연이’는 최씨의 딸 정유라 씨의 개명 전 이름이고, ‘유주’는 정씨가 낳은 손자다.

급기야 최씨는 검사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검사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장씨에게 “잘 들어.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어. 그 돈으로 유연이와 유주를 키워라”고 당부했다. 이를 폭로한 장씨는 삼성동 2층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씨의 주장처럼 “돈이 실제로 그곳에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 돈인지는 모르겠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다. 장씨는 “우리 식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쪽을 ‘큰댁 식구들’이라고 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큰집 엄마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최씨는 반발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큰집 엄마라고 한 적 없다”면서 “언니가 유연·유주를 맡아주겠다고 해서 내가 (혐의를) 안고 가겠다고 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씨가 말한 ‘언니’는 장씨의 모친 최순득 씨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눈길 한번을 주지 않았던 최씨와 장씨는 이날 처음으로 다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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