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오웬 마호니 대표가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넥슨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미래 게임산업의 모습을 어떨까.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개막 첫 날인 25일, 주최사 넥슨의 기조연설에 수 백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넥슨 오웬 마호니 대표에 이어 ‘야생의 땅:듀랑고’의 개발총괄을 맡은 넥슨 이은석 디렉터가 기조연설의 마이크를 잡았다. 암울한 미래시대 게임에 대한 진단과 희망의 메시지에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 뉴욕맛집과 싸우는 동네식당… 승자독식 심화

25일 판교 넥슨 사옥 근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NDC 메인강연이 개최됐다. 강연 시작 전부터 입장한 수 백 명의 참관객과 취재진이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마이크를 처음으로 잡은 것은 넥슨그룹 오웬 마호니 대표다. 오프닝 환영사를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마호니 대표는 “지난해 오버워치와 포켓몬고 같은 게임들이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으며 이 같은 시도는 계속돼야한다”며 “우리는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나태함의 대상으로 지목받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게임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여기 중 한 사람이 그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짧은 환영사를 마친 마호니 대표를 이어 넥슨 이은석 디렉터가 기조연설의 메인 강연을 맡았다.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이은석 디렉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게임 개발’이란 다소 거시적인 메시지를 참관객들에게 담담히 전달했다.

 

▲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맡은 이은석 디렉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게임개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넥슨 제공>

이은석 디렉터는 “게임은 가장 진화된 미디어지만, 실물이 없는 재화기 때문에 밥값보다 싸게 거의 공짜에 가까울 정도의 가격으로 공급된다”며 “그러나 유저는 앉은 자리에서 세계 최고의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게임 산업은 동네식당과 뉴욕맛집이 서로 경쟁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리적 연결제약이 적은 네트워크인 만큼, 게임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게임 판매량은 흔히 ‘갓겜’이라 불리는 상위권 게임에 쏠림현상이 벌어진다. 상위 12%의 게임이 75%의 매출을 가져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양극화가 심한 게임산업은 흔히 ‘모 아니면 도’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승자독식의 구조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 AI가 불러올 ‘노동의 종말’… 게임산업도 예외 아냐

게임산업의 치열한 경쟁에 기름을 붓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다. 알파고 쇼크와 각종 대선후보들의 아젠다로 동원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용어다. 정확한 실체가 규명되진 않았지만, 한 개인이 생애 내에서 겪을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앞으로는 점점 더 자주, 빠르게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알파고와 딥러닝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의 겨울이 끝나고 있다. AI는 인간의 지능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적은 규모의 신경망으로 특정 분야만큼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 바둑에서 인간을 이긴 알파고처럼 말이다.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되기 힘들지만, 게임개발 등 특정 분야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AI. 이른바 ‘약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 NDC 기조연설장을 찾은 다양한 참가자들이 이은석 디렉터의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시사위크>

이은석 디렉터는 “AI의 상용화가 가져올 노동의 종말 앞에서 운전 등 일반 육체노동직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직업도 안전하지 않다”며 “빅데이터를 차지한 대형 플랫폼과 퍼블리셔의 독과점체제가 굳건해지고, 무인화가 상용화돼 개발팀은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공지능이 가져올 쇼크 속에도 희망은 있다.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면서 늘어난 대중의 여가시간은 게임산업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인공지능을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하는 역발상도 가능하다. 위기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러에 딥러닝급 AI를 적용한다면 유저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게임 내 상황이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다.

오프닝 환영사에서 오웬 마호니 대표는 “최고의 게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장을 찾은 참가자 중에는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앳된 학생들의 모습도 다수 눈에 띄었다. 위기와 변화의 물결이 세차게 넘실대는 가운데, AI가 꿈꾸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인간의 도전의지는 또 하나의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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