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경남 지역 건설업계가 모래 공급지인 남해EEZ에서의 골재 채취가 금지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설업계가 주요 자재인 모래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대 공급지인 남해 EEZ에서의 모래 채취에 제동이 걸리면서 온갖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 품귀 현상을 틈타 가짜 모래를 공급한 업자가 구속되는가 하면, 모래 수급 부족으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는 건설업계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 고통 받는 지역경제… 돈 벌이로 악용한 업자들

남해 EEZ에서의 모래 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두 달 넘게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어수선한 업계 분위기를 틈탄 범죄까지 발생했다. 건설업계가 모래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가짜 모래를 판매한 일당이 적발됐다.

25일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흙을 섞은 불량 모래를 건설현장에 공급한 업자 5명이 지난 24일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부산·경남 지역 16개 건설현장에 불량 모래 25t 차량 460대 분량인 7,800㎥ 상당을 판매한 혐의다.

이들은 부산·경남 지역에 주요 건설자재인 모래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지난 1월 채취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부산·경남 지역은 생명줄과도 같은 남해 EEZ에서 더 이상 모래 채취를 할 수 없게 됐다.

남해에서 모래 채취가 시작된 건 2008년부터다. 이후 3차례 기간연장을 거쳐 8년째 부산·경남 지역의 모래 공급지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 1월15일자로 채취 기간이 만료됐고, 남아 있는 모래가 바닥나면서 지역 레미콘 업체 50여 곳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들 업자들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흙을 모래에 섞어 팔았다. 콘크리트 골재로 사용 가능한 모래는 흙 함유량이 1%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터파기 공사에서 나오는 흙을 무상으로 공급받아 바닷모래인 것처럼 속여 팔았다. 납품된 모래는 86.90%의 흙덩어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량 골재는 실제 공사 현장에 사용됐다. 부산 지역 터널과 아파트 등 대형 관급공사나 주택공사 현장으로 들어갔다. 부산의 외곽순환고속도로 및 아파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사장에 공급됐다. 불량 모래가 콘크리트 골재로 사용되면 건물 안전과 수명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 건설업계 “모래 구하기에 사활… 시장 기능 마비돼”

남해 EEZ에서의 모래 채취 금지로 인한 범죄가 발생한 가운데, 하루속히 바닷모래 채취를 재개하기 위한 건설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에 속해있는 1만 업체는 25일 하루속히 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탄원서를 국회, 지자체 등에 제출했다. ▲남해 EEZ 바닷모래의 조속한 채취 재개 ▲허가물량 확대 ▲민수용 공급 요청 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지난 2월 국토부가 지난해 채취량 1,167만㎥보다 44% 줄어든 650만㎥ 채취를 허가했지만 어업계의 반대로 재개되지 못해 극심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협회는 “현재 레미콘 업체와 건설업체는 모래와 레미콘을 구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등 이전투구 양상을 보여 시장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산업계는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 남해에서의 골재 채취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바다모래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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