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둘째 날인 26일, 넥슨 하지훈 프로그래머가 '게임플레이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점'을 강연하고 있다.<시사위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블리자드의 디지털 카드게임 ‘하스스톤’은 카드만 잘 나오면 된다는 소위 ‘운빨’ 논란의 대명사다. 원하는 카드를 뽑으려면 보통 노력을 뛰어넘는 ‘노오력’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게임 운을 강조하기 위한 농담이지만, 용어 자체의 의미는 생각해볼만 하다. 실력과 노력의 반대에 운이 있다는 유저들의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같은 편 인줄 알았던 실력과 노력도 실상은 서로 대척점의 관계에 있다. 실력이 높아야 이기는 게임과, 많이 해야 이기는 게임으로 또 나눠진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는 ‘실력, 운, 노력’이란 세 가지 키워드로 게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됐다.

◇ ‘실력·운·노력’이 가른 승패와 재미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둘째 날인 26일, 넥슨코리아 하지훈 프로그래머는 ‘게임플레이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점’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플레이를 이해하려면 게임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경쟁심리를 저변에 깔고 있다. 스코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누가 잘하는지를 겨루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훈 강연자는 “이겼을 때의 쾌감은 생존경쟁에서 더 유리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이고, ‘경쟁은 재밌는 것’이란 인식이 우리 뇌리에 박혀있다”며 “경쟁구도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게임콘텐츠에 유저들이 열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실력, 운, 노력'에 따른 성장형태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하지훈 강연자.<시사위크>

경쟁의 목표는 승리다. 게임 속 유저는 일대일 PvP뿐만 아니라 적군과의 전투, 심지어는 아군과도 경쟁을 벌인다. 승리를 거머쥐고 쾌감을 느끼는 것이 최대의 목표로 설정된다. 그러나 자칫 단순해 보이는 이 구도 속에도 게임의 재미를 가르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크게 ‘실력, 운, 노력’이란 세 가지 요소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실력게임’은 말 그대로 개인의 실력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리는 것이다. 초반엔 고전하던 게임도 점차 스스로 만족할만한 실력이 되면 강렬한 경험이 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성장속도가 점차 줄어든다. 재능이 한계에 다른 유저가 재미를 잃고 게임을 떠날 우려가 있다.

반면 ‘운게임’은 실력과 상관없이 결과가 갈리지만, 보상에 따른 ‘스릴’이 강하게 작용한다. 보상이 클수록 재미가 배가된다. 당첨확률을 개발자가 조절할 수 있는 것 또한 강점이다.

‘노력게임’은 늘어난 자산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는데서 게임의 재미요소를 찾는다. 자산이 많은 쪽이 이기는 자산경쟁인 셈이다. 시간과 돈을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컨텐츠가 소진되는 시점이 오면 경쟁구도가 무너지는 경향을 보여,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다.

◇ ‘그들만의 리그’ 피하려면… 연계 통한 ‘변주’ 시도해야

개발자 입장에서는 각 게임의 성장형태에 맞는 단점보완이 필요하다. 실력게임은 성장이 더뎌지는 시기가 오면 제공할 수 있는 재미가 줄어든다. 수명이 짧은 것이다. 잘하는 유저만 계속해서 게임을 해나가면 어느 순간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마치 바둑과 체스처럼. 실력을 보완할 수 있는 노력 및 운적 요소가 보완되어야 한다.

 

▲ 26일 NDC '게임플레이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점' 강연 프레젠테이션 영상.<시사위크>

순수한 운게임은 성립되기 어렵다. 운에는 보상이 필수적인데, 온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 보상에는 한계가 있다. 돈이나 현물보상은 사행성에 걸릴 우려가 있다. 게임 내에서 줄 수 있는 보상은 결국 자산이다. 노력게임과의 연계를 통해 변주를 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각 게임의 문제는 게임 내 엔딩만 존재하면 해결될 수 있다. ‘마리오’ 등 엔딩이 존재하는 유한한 게임이라면 변질의 문제는 사라진다. 노력게임처럼 콘텐츠가 소진되거나, 운게임처럼 보상에 대한 고민도 없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선 지속적 매출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훈 강연자는 “경쟁에서 재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반대로 실력을 키우거나 운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유저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며 “게임과 유저가 함께 롱런하기 위해서는 각 게임 간 상호보완과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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