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문재인 후보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전날 토론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문 후보의 발언에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항의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설화에 휘말렸다. TV토론회에서 ‘동성애 반대’ 발언을 했다 성소수자 인권 침해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성별 차이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던 문 후보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전날(25일) JTBC 중계로 방송된 4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군내 동성애가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질의에 “반대하죠”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이후 홍 후보의 추가 질의에도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토론 말미에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 성적지향 때문에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차별을 않는다는 것하고 동성혼 합법화는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후보 측은 26일 간담회를 열고 “홍 후보가 군대내 동성애 표현을 썼는데 사실 적합한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형태로 나타나는 인권침해 형태이기에 그것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문 후보 지지철회 선언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겪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을 추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후보의 이번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별금지법은 2003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2007년 입법예고됐으나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입법까지 이르지 못한 법안이다. 문 후보의 이번 공약집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빠져 있다.

성소수자인권연대는 이날 문 후보의 기자회견장에 항의 차원의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문재인 후보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든 인권연대 일부 관계자는 문 후보가 연설을 마치자 “문 후보는 사과하십시오” “우리도 사람입니다” “성소수자도 국민입니다”라고 외쳤다. 곧바로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이들을 끌어냈고 경찰은 인권연대 회원 13명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문 후보 측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 쪽에 알렸다”고 전했다.

‘커밍아웃’을 한 대표적인 문화계 인사인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이 안철수나 홍준표, 유승민보다 더 나은 후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재인 캠프는 ‘사람이 먼저다’, ‘더불어’,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제 스스로 부정하는 문재인에 대해 성소수자 관련한 발언들을 교육 좀 했으면 싶다”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 교수 역시 “차별에 반대한다는 사람이 동성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하나? 이게 모순된다는 생각은 못하는가”라며 “(문 후보가)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내놓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이건 TV 토론회 자리다. 유럽 같았으면 이 정도 발언이면 혐오 표현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영향력 있는 인사’가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해 발언하는 건 그 수위와 무관하게 기소되는 경우도 많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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