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끼리 형제 관계인 (주)한양과 한양건설이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혼란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경기도 용인에 들어선 한 테라스형 아파트가 논란이다. 주인공은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이 아파트는 지금까지 준공이 수차례 지연되면서 거주지를 잃은 입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허위 분양 의혹도 제기된다. 엄연히 자사 브랜드가 있는 한양건설이 형제 회사인 (주)한양의 브랜드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 입주예정일 연기만 세 차례… 공사는 지금도 ‘ing’

계속되는 입주 지연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경기도 용인의 ‘광교산 한양수자인 터킨포크’다. 고급 주택인 테라스 아파트의 꿈에 부풀어 있던 입주민들은 두 달 가까이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공사의 늑장 공사로 입주일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2월28일이 입주 예정이던 이 아파트의 입주일은 3월30일로 연기됐다. 한 달의 유예기간에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다시 한 차례 미뤄졌다. 시공사는 4월20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끝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입주예정일이 지난 26일까지도 아파트는 준공되지 못했다. 총 294세대 가운데 임시사용승인을 받은 30여 세대만이 입주했을 뿐이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단지 곳곳에서 발생한 누수 문제 등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입주일은 기약 없이 흘러가고 있다.

이에 입주 예정일에 맞춰 기존 거주지를 팔고 나온 입주민 대부분은 오피스텔 등 임시거처를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시공사인 ‘한양건설’의 늑장, 부실시공에 국한됐던 이번 사안은 허위‧사기 분양으로도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브랜드인 ‘한양수자인’의 사용을 두고 그 적절성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견돼서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한양수자인은 한양건설의 것이 아니다. 유사한 회사명인 ‘(주)한양’의 브랜드다. 한양건설은 ‘립스’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한양건설이 지분관계 등 법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타사의 브랜드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양건설 이우식 회장의 친형이 바로 (주)한양의 이기승 회장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13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양수자인을 두 형제 회사가 공유하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용인 광교산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5곳에서 동생인 한양건설이 시공한 한양수자인 아파트가 들어섰다.

◇ 입주민 혼란 불러오는 두 형제의 브랜드 공유

브랜드를 공유하면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공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두 회사가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실을 두고 입주민과 시장의 혼란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형인 이기승 회장의 (주)한양은 시평 20위권대의 중견건설사인 반면, 동생 이우식 회장의 한양건설은 190위권대의 중소건설사다.

두 회사의 브랜드 공유는 결국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올해 초 한양건설이 인천 논현동에서 (주)한양의 허가 없이 자신들과 브랜드 계약을 맺은 한 시공사에 ‘한양수자인’의 이름을 빌려준 사실이 밝혀졌다. 법정 분쟁 직전까지 갔던 당시 사건은 (주)한양이 소송 의사를 철회하면서 일단락 됐다.

이번 용인 광교의 경우는 한양건설이 무단으로 브랜드를 사용한 건 아니다. 분양승인과 입주자 모집이 이뤄지던 2015년에 (주)한양으로부터 한양수자인 사용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입주민들에게 두 회사의 차이를 명확히 고지됐느냐다.

답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다. (주)한양 관계자는 “종종 사명을 오인해 이쪽((주)한양)으로 문의를 입주민들이 있었다”며 “입주민들은 (주)한양과 한양건설의 차이에 대해 명확히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근거는 이뿐이 아니다. 광교산 한양수자인 입주민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 한다.

카페 게시판을 통해 한 입주민은 “한양 수자인은 (주)한양의 브랜드 명이고, 우리 아파트 시공사인 한양건설의 브랜드명은 ‘립스’다. 이건 명백히 허위 분양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양건설 관계자는 “2016년부터는 두 회사끼리 각자 브랜드를 이용하기로 했으며, 이후 수주한 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지키고 있다”면서도 “입주자 측에서도 (주)한양이 시공한 것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 분양가 1300만원에 한양수자인을 얻게 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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