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오준원 젬블로 대표가 '보드게임 개발이 게임인에게 필요한 10가지 이유'를 강연했다.<시사위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부루마블, 젠가, 할리갈리, 루미큐브… 한물 간 아이템으로 전락했던 보드게임이 최근 부활하고 있다. 흥망의 역사 속에서도 보드게임 시장은 유독 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올드 장르인 보드게임 시장에서 국내 게임 개발자들은 어떤 진주를 찾을 수 있을까.

 

◇ 종이와 펜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마지막 날인 27일, 넥슨 사옥에서는 ‘보드게임 개발이 게임인에게 필요한 9가지 이유’라는 강연이 펼쳐졌다. 2002년 보드게임 ‘젬블로’를 만든 오준원 대표가 강연자로 나섰다.

 

▲ NDC에서 보드게임 관련 특강을 진행하는 오준원 대표.<시사위크>

오준원 대표는 “보드게임 개발자들은 다른 직업군에 있다가 넘어오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며 “종이와 펜만 있으면 남는 시간에 아이디어를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단 점에서 보드게임은 정말 쉬운 플랫폼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PC와 모바일이 장악하고 있는 게임시장에서도 보드게임은 잠재력을 발한다. 디지털게임과의 플랫폼 전환이 가능해서다. 보드게임이 PC·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가 주사위 보드게임으로 재탄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성공한 게임 IP는 다양한 플랫폼에 이식된다.

교육 분야에도 활용도가 높다. 안전을 테마로 한 보드게임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쓰인다. SK그룹의 신입교육에도 보드게임이 활용 된다. 게임 기획 과정에서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경영전략 시뮬레이션 등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 보드게임은 정규 교과과정과 신입사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시사위크>

교육 외 분야와의 결합도 활발하다. tvN 게임쇼 ‘더 지니어스’에는 연예인들이 두뇌경쟁을 펼치는데 보드게임 관련 아이디어가 차용된다. 레크레이션으로 분야를 확대하면 재밌는 무대 이벤트로도 활용 가능하다.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트랜스포머’ 등 콘텐츠 분야의 ‘원소스 멀티유즈’를 이루고 있다.

 

보드게임의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PC나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카드나 종이를 활용한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시제품 제작)은 기획 회의에 매우 유용하다. 생각한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시각화하고 팀원들과 공유하기도 쉽다.

◇ 즉석 아이디어 구현 쉬워… 시장선점이 관건

 

▲ 보드게임의 작동원리는 모바일과 온라인게임 개발의 배경이 된다.<시사위크>

보드게임의 메커니즘은 개발자에게 좋은 무기가 된다. 게임의 원조인 보드게임은 지금의 온라인·모바일게임과 작동원리가 닮았다. 보드게임이 작동되는 50여가지의 원리에 대한 역사를 알고 있다면 디지털 게임에도 이를 크로스오버하기 쉽다. ‘액션 포인트 시스템’ ‘롤플레잉’ 등이 대표적이다.

 

큰 자금이 필요한 디지털게임과 달리 출시도 수월하다. 텀블벅 등 소셜펀딩을 통해 나만의 보드게임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투입되는 자급에 비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에 유리하다.

아이디어 강탈이 쉽지 않은 것도 강점이다. 원조와 카피의 경계가 흐릿한 일반게임과 달리 보드게임은 카피캣이 오리지널을 결코 이길 수 없다. 타인과 함께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짝퉁은 소비자가 알아서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 젠가를 발명한 영국의 개발자 'Leslie Scott'와 할리갈리 개발자 'Haim Shafir'의 방한 모습.<시사위크>

개발자가 재가공할 수 있는 보드게임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저작권 기간이 끝나 누구나 쓸 수 있는 보드게임 퍼블릭 도메인이 약 8만 가지가 넘는다. 1887년 저작권 등록된 ‘RUMMY’는 이스라일 게임사에서 타일게임 ‘루미큐브’로 재탄생됐다. 조금만 변형을 거치면 새로운 캐주얼게임으로 변신 가능한 보드게임 시장의 ‘진흙 속 진주’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준원 대표는 “대작게임 속 미니게임 콘텐츠 등 보드게임은 타 분야와의 협업과 변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주부가 만든 젠가, 아이엠그라운드 보드게임 등 간단한 아이디어로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 시장을 적극적으로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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