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마지막 날인 27일, 네오플 황재호 프로듀서의 '글로벌에 통하는 엣지 만들기' 강연이 열렸다.<시사위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게임시장의 메가 트렌드는 ‘글로벌’이다. 유저들은 앉은 자리에서 전 세계의 모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동네식당이 뉴욕맛집과 경쟁을 하듯, 디지털 게임시장에 국가의 경계는 의미를 상실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유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네오플의 글로벌한 ‘한방’을 들여다봤다.

 

◇ 차별화와 간지로 완성하는 엣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마지막 날인 27일, 네오플 황재호 프로듀서의 글로벌 전략 ‘꿀팁’이 낱낱이 공개됐다. ‘글로벌에 통하는 엣지 만들기’라는 주제로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 후일담을 생생히 공개했다.

 

▲ 네오플 황재호 프로듀서가 '글로벌에 통하는 엣지 만들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시사위크>

네오플은 넥슨의 수많은 자회사 중 한 곳이다. 개발인원 5명에 불과한 소규모 조직이지만, 최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디게임 ‘애프터 디 엔드’ 등 성공하기 힘든 게임을 성공시키는 곳으로 유명하다.

 

‘참신하다’는 평을 듣는 만큼, 작품도 공략시장도 남다르다. 이번 강연에서는 북미서 히트시킨 하드코어 인디 모바일게임 ‘이블팩토리’가 대표작으로 소개됐다. 2D 픽셀 기반의 액션은 과거 동네 오락실 감성과 아케이드 게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화면을 가득채운 미사일을 피해 보스를 죽이는 것이 목표다. 극악의 난이도와 컨트롤로 ‘역대급 괴작’이란 혹평을 받기도 한다.

대박은 바다 건너에서 터졌다. 2월 글로벌 시장 출시 후 35일 만에 전 세계 150만명이 이 게임을 다운로드받았다. 특히 북미와 브라질, 러시아 시장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유명 해외 유튜버들이 직접 플레이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황재호 PD는 “극악의 난이도라는 치명적 단점과 엔딩이 존재하는 부족한 콘텐츠에도 확실한 셀링포인트가 있다”며 “즉 ‘엣지’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엣지는 ‘차별화’와 ‘간지’의 종합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차별화는 조합의 문제다. 익숙함 속에 색다른 포인트를 찾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고퀄 정통 아케이드 게임 ▲타겟층에 먹히는 감성 코드 ▲기존에 없던 플레이 방식 등 3가지가 대표적이다.

◇ ‘선택과 집중’… 글로벌 공략의 ‘키’

 

▲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와 세련된 외형으로 완성된 '엣지'가 필요하다.<시사위크>

‘고퀄(고퀄리티)’와 ‘아케이드’의 조합은 상상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돈이 안 되는 아케이드에 고퀄은 사치다. 바로 여기에 틈새시장이 있다. 해외 수요가 존재하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는 이 장르를 공략해 성공적 포지셔닝이 가능했다.

 

게임의 타겟층도 명확히 했다. ‘80~90년대 일본게임 경험이 있는 서구권 유저 중 도전욕구가 강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남성층’을 조준했다. 에반게리온과 붐버맨 등의 원작 오마주로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플레이방식도 색다르다. 칼을 들고 보스와 싸우지 않고, 폭탄을 설치하고 도주하는 식이다. 타이밍, 공격, 슬로우모션 등 3가지 조합은 차별화된 게임 메카니즘을 구축했다.

‘엣지’의 두 번째 요소는 ‘간지’다. 쉽게 말해 ‘안 촌스러운 외관’이다. ▲레트로풍 픽셀 아트 ▲레트로하지 않은 사운드 ▲서구권에 먹히는 로고 등 3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서구권과 동양의 아트취향은 매우 다르지만 8bit, 16bit 시절의 감성은 만국공통이다. 픽셀아트를 활용해 전 세계 유저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래픽은 레트로지만, 미디사운드를 사용하진 않았다. 그림은 8비트지만 세련된 사운드를 덮어 묘한 조합을 완성했다.

 

▲ 많은 게임들이 세련되지 않은 외형 탓에 글로벌 시장에서 좌절한다.<시사위크>

로고 선정 작업에선 현지와의 시각차이 극복이 관건이다. 지금의 북미 퍼블리셔는 내용과 상관없는 해골 아이콘과 돌출이미지를 단지 서양인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추천했다. 이해가 쉽지 않았으나 현지의 안목을 믿었고, 결과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논리적 기획보다 현지 피드백이 절대적 중요도를 가진 포인트가 된다.

 

황재호 PD는 “매주 3,500개의 모바일게임이 출시되는데 특히 인디게임사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라며 “핵심 차별화 요소를 정하고 나머지는 다 덜어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안 촌스럽게 만드는 것이 글로벌로 가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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