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에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덩달아 주가도 매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표정은 떨떠름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를 에둘러 하소연하고 있다. 삼성의 변화 의지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 실적·주가 하늘을 날다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 매출액 50조5,475억원과 영업이익 9조8,984억원, 당기순이익 7조6,844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다. 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신기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도 9조2,209억원의 영업이익과 7조8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2분기 연속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과 7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실적 고공행진을 이끈 것은 반도체다. 반도체 업황이 워낙 좋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분기 15조6,600억원의 매출액과 6조3,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책임진 것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4조9,500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으며, 5조원을 통과하고 단숨에 6조원대에 진입했다.

주가 역시 날개를 달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처음으로 200만원을 돌파했고, 지난달에는 종가 기준으로 200만원을 넘어섰다. 이제 200만원은 우스운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223만1,000원으로 4월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300만원대까지 높여 잡았다.

▲ 이재용 부회장은 70일 넘게 구치소에 머물고 있다.
◇ 불확실성은 누가 만들었나

이처럼 놀라운 실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를 향해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삼성전자의 표정은 어딘가 떨떠름하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자료 중 ‘중장기 전망’을 통해 다소간의 우려를 나타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인데,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에 어려움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은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는 특별히 불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기적절하고,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다시 말해, 구속 수감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경영상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실적이 이어질 때 미래를 위한 투자가 병행돼야 하지만, 삼성전자는 잠잠하기만 하다.

하지만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위상을 고려하면, 이 같은 언급이나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 또 만약 사실이라면 변화하고, 극복해야할 문제다. 삼성전자에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러한 언급 및 소극적인 행보가 ‘무언의 시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여파를 최대한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최종 형량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다.

중요한 것은 진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낳은 주인공이 누구인지다.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었다면 삼성전자는 다른 대부분의 기업처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될 일이 없었다.

총수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변화를 천명한 바 있다. 그 변화의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더 이상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 미련을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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