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사드배치 비용으로 1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미사일 배치에 대하 한국이 10억 달러를 지불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도 밝혔다. 국방부 등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파악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사드배치 찬성에 목소리를 높였던 진영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사드배치를 찬성 측은 우리는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할 뿐 전개와 유지비용은 주한미군이 부담한다는 한미합의를 주요 근거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드배치 강경론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은 지상욱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기존의 합의를 벗어난 발언으로 국가 간 신의의 문제”라며 “우리가 사들인다면 우리의 부담으로 하겠지만, 이번에 배치되는 사드는 이미 합의가 끝난 사항”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자체보다는 ‘절차’상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던 국민의당도 ‘절차적’ 문제임을 부각시켰다. 손금주 안철수 캠프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정부가 사드 도입과 관련하여 어떻게 협의했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문”이라며 “사드 배치와 운영ㆍ유지비용은 한미 간 당초 합의한 바에 따라 미국이 전액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정의당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 미국 측의 이면합의를 의심했다. 즉 한국 측이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에, 미국이 배치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사드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가, 지난 26일 갑작스럽게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의문이 증폭된 바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강행의 미스테리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발언”이라며 “이 같은 정황은 한미 간에 사드 배치 시기와 비용과 관련된 비밀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힘이 실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드배치에 관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입지가 넓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국회비준을 포함해 다음 정부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국 측의 대선 전 배치강행으로 한 때 난처한 입장에 처했었으나, 당초 알려진 합의내용과 다른 ‘비용문제’가 떠오르면서 보다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실제 우리 헌법 60조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해 국회비준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사드배치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할 헌법적 근거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윤관석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은 “한미 합의를 존중해 신속하게 사드 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대선 후보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가 긴밀한 한미 협의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최선의 국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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