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의 분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의 분사를 검토 중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벗어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사업부를 분사한다는 점에선 모종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보도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 분사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서 급속도로 성장 중인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싣어 수익의 다각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파운드리는 생산시설 없는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는 사업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주를 이뤄 시스템반도체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향후 4~5년간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전망치는 연간 7~8%에 달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전망도 최근 D램·낸드플래시 수요 확대로 나쁘진 않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진행 중이고, 시장 1위업체인 삼성전자가 언제 치킨게임을 걸지 모른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매출의 대부분(97%)이 메모리반도체에 쏠린 SK하이닉스로선 파운드리 사업을 돌파구로 여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만 분사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분사할 경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 및 사업진행을 할 수 있다. 또 SK하이닉스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둠으로써 경쟁사에서도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 독립법인으로 성장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 하는 비메모리반도체는 디지털기기에 탑재되는 CIS(CMOS Image Sensor)뿐이라는 점에서 분사로 인한 고객사 유입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며, 수년간 적자를 기록 중인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처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LCD사업부를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하면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시킨 바 있다. 당시 SMD의 글로벌 OLED 시장점유율은 99.7%에 달했다. 부진한 사업부를 떼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경쟁력을 가진 업체와 합병시켜 시너지 효과를 노린 셈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 OLED 공급계약을 맺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업경쟁력 강화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분사를 검토 중인 단계”라며 “아직 구체적인 지원책 및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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