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 정치 기술 최소화된 첫 사례될 듯

▲ 사진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간 보수후보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면서, 19대 대선은 정치 공학이 하나도 안 통한 첫 번째 선거로 치러질 확률이 높아졌다. 연초부터 시작된 반기문 대망론과 황교안 대안론, 빅텐트론, 빅뱅론 등 각종  말들이 말로만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주일 남짓 남은 투표일까지 변수가 생긴다 하더라도 정치권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 안-홍-유 막판 손잡아도 파급 효과는 미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단일화는 물 건너 간 분위기다. 투표용지 인쇄 전 합의가 단일화 1차 데드라인이었지만, 세 후보와 소속 정당 간의 셈법이 엇갈려 없던 일이 됐다. 그렇다고 단일화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지만, 막판 세 사람이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현재의 판세가 뒤집어질 만큼 강력하진 않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보수후보단일화 등 보수 진영의 선거 전술이 이렇게 어그러진 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대항마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내세운 뒤 개헌을 고리로 정계 개편을 시도하려던 계획은 반 전 총장 출마 포기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반기문 대안으로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을 옹립하려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4월 퇴진을 통해 대선 일정을 6월로 넘기려는 계산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가로막혔다.

보수 진영의 꼬인 스텝과 헛발질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세론을 강화시켰다. 문재인 후보의 독주는 지지율 45%대의 견고함으로 나타났고, 여기에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중도 확장성이 더해져 민주당 지지율이 한때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민주당 내 '비노(비노무현)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의 탈당이 전제된 국민의당의 빅뱅론이 한동안 변수로 부상했다가 가라앉게 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 부동층 투표율 등 유권자 변수가 더 중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선거 판도는 연대·연합·단일화 등 인위적 물꼬 틀기로 균열이 생겼다 굳었다를 반복해 왔다. 그래서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가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상수는 없다”고 말한 것도 후보도, 정책도, 정당도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현재 정치권의 선거 기술이 이렇게 힘을 못 쓴 건 낯선 풍경이다.

이례적 선거 풍토가 조성된 배경에는 민심이 만든 조기 대선이라는 성격과 무관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찬성하는 민심이 12월 대선을 한순간 5월 대선으로 앞당기면서 선거 기술이 개입될 여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이 되려면 숙성 기간이 필요한데 올 대선은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그나마 기대했던 반기문 전 총장이 해보지도 못하고 엎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 불가론의 동력은 사실상 꺼졌다”고 했다.

보수후보단일화 논의가 이대로 진전 없이 답보 상태에 머물면 정치 공학이 선거 국면을 비집고 들어올 틈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여 남은 변수는 부동층 표심이나 투표율 등 유권자 요인으로 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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