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상표권 협상’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이 최근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줄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매각 작업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매각협상 판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더블스타에 상표권 못 줘” 제동

첩첩산중이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중국 더블스타와 우여곡절 끝에 매각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내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양측은 5개월 내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채권 만기연장, 정부 인허가 등 매도 선결 요건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암초가 가득하다.

우선 ‘상표권 협상’ 문제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매수권 포기로 한발 후퇴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상표권’을 무기로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 회장 측은 최근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은 박 회장의 지배 아래 있는 금호산업이 쥐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허용 받지 못한다면 인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 가치까지 포함해 1조원에 가까운 인수 대금을 써냈다. 채권단에는 ‘금호타이어’라는 상표를 5년은 확정적으로 이후 15년은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상황이다. 상표권 사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페널티 없이 계약 파기도 가능하다.

이에 매각 성사를 위해서는 금호 측과의 상표권 사용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녹록지 않을 모양새다. 업계에선 박 회장 측이 매각 협상을 지연시키는 무기로 ‘상표권’을 최대한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매각 협상이 5개월 내에 완료되지 못하면 박 회장의 우선 매수권은 다시 부활할 수 있다.

◇ 박삼구 vs 산업은행, 치열한 수싸움

다만 이 같은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몇 가지 위험부담이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로 연간 60억원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는 금호산업 전체 영업이익의 약 15%에 해당한다. 만약 더블스타 측이 상표권을 포기하고 인수할 경우 금호산업 측은 관련 이익을 잃게 된다. 박 회장의 이익을 위해 상표권 사용을 불허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경우 ‘배임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

산업은행 역시 마냥 손 놓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채권 만기연장 카드로 박 회장 측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한 채권 1조3,000억원을 6월 말로 연장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의 현재 재무 상태를 감안하면 1조3,000억원을 한 번에 갚기 어렵다. 즉 또 다시 만기 연장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인데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 측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만기 연장을 거부할 경우 법정관리로 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어 이 같은 부분을 십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매각 협상이 넘어야 할 산은 험준하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산업은행에 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고, 정치권과 지역 사회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대선 주자 대부분이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매각 협상은 더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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